말기암 환자에 '청양고추 10개씩' 먹인 가짜 한의사

<강남서, 말기 암 환자 및 자폐아 대상 무면허 의료행위 피의자 검거>

명의 행세를 하면서 절박한 처지에 놓인 말기 암 환자 등을 상대로 엉터리 한약을 팔아온 돌팔이 한의사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면허 없이 한약을 제조·판매하고 치료비를 가로챈 혐의(사기 및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박모(64)씨를 구속하고 공범 안모(55·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강원도 원주에 무허가 진료소를 차려놓고 2010년 3월부터 최근까지 "내가 지어주는 한약을 먹으면 만병이 완치된다"고 속여 13명의 환자로부터 1억 4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얼굴색만 보고 진찰·진단하는 망진(望診)을 한다"면서 환자들을 눈대중으로 대충 보고 그럴싸한 병명을 늘어놓으며 환자들을 현혹했다.

그러고는 경동시장에서 구입한 저가 한약재들과 각종 식품을 달여 만든 약을 처방해주고 뜸도 놓았다. 

박씨는 주변 소개로 알음알음 찾아온 환자들에게 "한의학을 독학해 유명 병원 의사들도 겁을 낼 만큼 의술이 뛰어난 '상의'(上醫)가 됐다"면서 마치 자신이 유명 한의사인 양 행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치료 전 '부작용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공증까지 받아두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지나친 명의 행세를 하다가 돌팔이 행각이 들통났다.

작년 11월 간암 말기 환자 안모(53)씨에게 '3개월 내 완치'를 약속하고 두 달간 유황오리와 토끼, 각종 한약재 등을 달여 먹이고 하루에 매운 청양 고추 10개도 씹어먹게 한 것이다. 

하지만 안씨의 병세는 호전되기는커녕 악화해 결국 올해 5월 숨졌고, 안씨의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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