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유선방송으로 지상파 보는 사람들, 월드컵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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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상파 3사가 케이블방송사·IPTV사에 다음달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에 대한 콘텐츠 대가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료방송 측은 “터무니없는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지상파 측은 “재송신계약에 근거한 합당한 요구”라고 맞서고 있다. 월드컵 전까지 양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중계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결국 분쟁에 따른 피해는 시청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논란의 시작은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확보한 SBS가 지난 12일 중계방송 재송신 대가에 대한 협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유료방송 업계에 전달하면서부터다. 이어 22일에는 KBS·MBC가 같은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지상파 3사는 주요 케이블 5개사를 직접 만나 요구사항을 알렸다.

유료방송 측은 “지상파가 엉뚱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지상파에 재송신 대가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2007년부터 재송신 대가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였다. 이후 소송, 방송 송출 중단 등 극단적인 사태까지 치달아 논란이 됐었다. 2012년 가까스로 협의점을 찾아, 유료방송 업계는 매년 협상을 거쳐 지상파에 재송신료를 지급하고 있다. 

올해 유료방송 업계는 매월 가구당 280원씩 각 지상파방송사에 지급하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연간 재송신 대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17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월드컵 중계가 매력적인 콘텐츠인 것은 분명하지만, 유료방송 측은 이에 따른 특별한 추가 이득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송신 계약 제8조에 따르면 유료방송 측은 지상파방송을 동시중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유료방송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자막이나 광고를 해당 방송에 붙일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추가 이득도 없는데, 이에 대해 대가를 요구하는 건 억지 주장이다. 지상파가 스스로 감수해야 할 부담을 부당하게 떠넘기는 행태”라며 “이번 협상에 응하면 앞으로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추가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측은 월드컵 중계방송에 따른 별도 협상 요구가 재송신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이 체결한 재송신계약 제6조 1항에 따르면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의 재송신 대가에 관해서는 별도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한다. 협상 요구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월드컵 중계방송에 관한 추가 재송신 대가 요구는 열악한 방송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일단 월드컵 중계권 비용이 매년 인상되고 있는 현실이 거론된다. SBS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을 7000만달러(약 700억원)에 샀다. 이는 직전 대회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이다.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중계권은 7500만달러(약 800억원)였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고 시장이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지상파 광고 집행액은 1438억원으로 지난해 4월(1850억원)에 비해 22.3% 감소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예정됐던 광고 집행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광고비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따라서 성수기라 불리는 월드컵 광고 전망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SBS 정책팀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월드컵 같은 킬러콘텐츠는 유료방송 가입자 확보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금액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협상 여부와 상관없이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011년·2012년 발생했던 유료방송의 ‘블랙아웃’(방송 중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현재 국민 10명 중 9명 정도가 유료방송에 가입된 상태다.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유료방송이 지는 부담은 고스란히 해당 서비스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