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코로나 환자 돌보고 모텔서 기절"...간호사의 끔찍한 근무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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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도대체 지금이 몇시죠?"


나는 울산 양지요양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다. 잠시도 돌보기 힘든 환자들을 24시간 밀착 간호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


그렇게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른 채 내 시간은 흘러갔다.


밤새 쉴 틈 없이 코로나 환자들을 돌본 후에는 격리된 모텔에 갇혀 제대로 씻기도 전에 침대에 그대로 쓰러질 듯 기절하고 만다.


또 이곳에서 얼마큼의 확진자가 나올지 모르는 내일도 나는 최전선에서 코로나19에 맞서 싸워야 한다.


다음 사연은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울산 양지요양병원 저희 엄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연을 각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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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코호트 격리된 울산 양지요양병원의 의료진들이 폐기물통이 있는 비상계단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자신을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의 자녀라고 소개한 A씨는 '우리 엄마를 지켜달라'라며 호소했다.


청원인 A씨는 "어머니는 환자를 두고 나올 수 없어 버티고 계시지만, 자식으로서는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어머니가 근무 중인 양지요양병원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병원은) 확진자와 비확진자 층만 나뉘어있을 뿐이지 음압병실로 관리되는 게 아니라서 바이러스가 어디에 노출돼 있는지도 모른다"라며 "어제는 같이 밥 먹은 의료진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뭘 믿고 병원에서 밥을 먹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소연하듯 말하는 이유는 이 상황이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A씨는 "코호트 격리가 처음에는 지역감염 확산을 막고 빠른 대처를 위해 좋은 조치인 줄 알았지만, 심한 말로 표현하자면 그냥 가둬두는 것"이라며 "울산에 음압병동이 충분히 없다는 건 잘 알지만 확보하겠다는 약속이 너무 오래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책임감 하나만으로 마스크와 방호복에 의지한 채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입니다. 두려움을 느끼는 건 그들도 똑같아요. 하루빨리 환자들과 의료진의 안전을 지켜주세요"


마지막으로 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과 환자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인사이트울산 양지요양병원 의료진 자녀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게시글


의료진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호소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병원 내 의료진이 겪는 극한의 상황은 앞서 해당 요양병원의 한 의료진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전해진 바 있다.


울산 양지요양병원에 근무 중이라는 한 의료진은 1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방역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아 사태가 커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역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문제로 꼽으며 "의료진들은 식사시간에 오염된 폐기물통이 있는 비상계단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며 "함께 밥을 먹었던 직원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시청에서 정확한 확진자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불안에 떨면서 근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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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17일 한 간호사 카페에는 생리대 한 장 갈지 못하는 어느 간호사의 눈물겨운 호소의 글이 올라와 대중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한편 울산 양지요양병원은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18일 오전까지 병원 환자와 종사자 343명 중 절반이 넘는 208명이 확진됐다.


울산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추가 의료인력을 요청한 상태"라며 "병원 내 비확진자를 타시설로 이송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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