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지붕서 내려온 소 바라보며 안쓰러움에 눈시울 붉힌 구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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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지정운 기자 = "3일 동안 물 한모금 사료 한주먹도 못먹어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무사히 땅에 내려와줘서 소에게도 고맙고 소방관들께도 감사드립니다."


10일 오전 11시쯤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회관 근처에서 만난 정기영 구례 정가축병원장(69·수의사)이 지붕에 올라갔다 무사히 내려온 소를 보면서 한 말이다.


이 마을은 전체 115가구 중 50여 농가에서 소 1500여 마리와 돼지 2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지난 8일 갑작스런 섬진강 범람으로 가축들이 폐사하거나 물에 떠내려갔고, 마을의 도로와 언덕, 대나무밭, 축사 등에서 죽은 소들이 쉽게 발견됐다.


물난리 속에서 일부 소들은 물 위를 허우적거리다 침수돼 위만 겨우 드러난 건물의 지붕 위에 올라가 살아남았고, 구례군과 소방당국은 10일 오전부터 지붕에 올라간 소떼 구출작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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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00㎏ 안팎의 소를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소가 움직이면서 지붕이 무너지기도 하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119구조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119대원들은 우선 마취총으로 소를 주저앉힌 후 벨트를 채우고 크레인 등을 이용해 지붕에서 내리는 방식을 썼다.


이날 처음 구조된 소는 마취총 1방을 맞았지만 1시간 넘게 버텼고, 119는 마취총을 한 번 더 쏜 후 주저앉은 소를 2시간 만에 내렸다.


구조하는 과정도 위험천만했다. 소의 앞 다리와 뒷 다리 부분에 벨트를 끼워서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소의 머리부분이 벨트에 매달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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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크레인이 신속히 소를 지상으로 내렸고, 소도 곧바로 일어나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소방구조대는 곧 바로 옆 집 지붕에 올라가 있는 4마리 소의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이후 10마리 정도가 더 구조됐다.


구조활동을 지켜보면 정 원장은 "살아남은 소들도 이번 홍수를 겪으며 병든 경우가 많아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주인들도 경황이 없는 상태여서 자신의 축사에 있는 소가 자신의 소유인지도 아직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소유자를 떠나 축사에 소들을 모아 살려놓은 후에 각자 자신들의 소를 골라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정 원장은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다 지붕으로 올라간 소들은 물을 많이 먹고 폐로도 이물질이 들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며 "소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해열제를 놔줬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전체에서 소 1500마리 정도를 기르는데 이번 홍수로 절반 정도가 죽거나 병들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를 입은 농가를 찾아가 무료로 소들을 돌봐주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관들도 지난 8일 이후 인명구조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날부터는 여기저기에 방치된 소를 구조 중이다.


순천소방서 관계자는 "8일부터 약 3일 동안 고립되어 폐사한 소들도 있으나 주민들의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희들도 필사적으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구례군청


구례군 지역은 지난 7∼9일 500㎜이상의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하고 지류인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9일 오후 11시 기준 민가주택 1182가구, 공공시설 11개소 등이 물에 잠겼다. 농경지 421㏊가 침수됐고, 가축 3650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구례군은 집중호우 피해액을 약 568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피해신고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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