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김시곤 “길 사장 ‘대통령 소식’ 뉴스 순번까지 바꿨다”

KBS 노조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 사장을 태운 차량이 도착하자 차에 올라타며 출근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KBS 기자협회가 18일 청와대가 9시 뉴스를 어떻게 통제했는지를 보여주는 ‘보도 외압 일지’를 공개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 발언으로 보직을 떠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작성한 것이다.

김 전 국장은 5월에만 3차례 길 사장의 관여가 있었다고 밝혔다. 9일 사퇴했으므로 8일 동안 사흘이나 된다. 먼저, 지난 3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대통령 사과 요구 기사가 있었지만 9시 주요 뉴스에 처리하지 못해 자막뉴스로 처리했다. 하지만 길 사장이 전화해 빼라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2시엔 길 사장이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 회의를 소집했다.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슈&뉴스’는 해경 관련 분량이 대부분 빠진 채 방송됐다.

6일에는 뉴스 예고에서 대통령 소식을 뺐다. 정치 아이템이 나오면 시청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 사장이 예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대통령 아이템이 몇 번째인지 묻고는 세 번째이던 것을 두 번째로 올리게 했다. 결국 뉴스 시작 15분 전에 순서를 바꿨다. 

이런 일이 잦다보니 8일에는 사장 지시가 없었는데도 ‘해경’이란 단어를 지운 가짜 큐시트(보도 진행순서)를 사장실로 보냈고, 실제 뉴스에서는 원안대로 해경 비판 기사를 넣었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보도 독립성 논란에 KBS새노조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1224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길환영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투표율 90.2%)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불신임’ 의견이 97.9%(1081표)로 나왔으며, 신임 의견은 2.1%(23표)에 그쳤다. KBS새노조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예정하고 있다.

길 사장으로서는 사퇴하지 않을 경우 뉴스가 중단되는 것도 부담거리다.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오후 6시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