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27년 전 국내 첫 '성희롱 사건' 변호하며 '여성 인권' 위해 싸웠던 박원순 서울시장

인사이트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죽음을 선택한 계기는 8일 전직 비서가 제기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페미니스트를 자임해온 박 시장이라 예상되는 비판과 사회적 지탄이 상당했던 탓이다. 실제로 박 시장은 1993년 국내 최초로 성희롱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우모 조교가 A교수한테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한 이 사건은 박 시장을 여성 인권 변호사로서 발돋움하게 해준 결정적 계기다.


피해자를 대리했던 박 시장은 6년간 공방 끝에, A교수가 우 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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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을 계기로 성추행, 성폭행뿐만 아니라 성희롱도 명백한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겼고, 성희롱의 개념이 실정법에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박 시장은 이 사건의 변호인으로서 한국여성단체연합회(여연)가 주관하는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고, 이 상금을 여연에 기부했다.


박 시장이 서울시 홈페이지에 직접 쓴 소개란에도 "조작된 공안사건의 피해자, 대학의 성폭력 피해자, 노동운동을 하다 기소된 인권 변호사 등을 변호했다"고 쓰여 있다.


그는 줄곧 여성을 응원했다. 지난해 11월엔 서울 국제돌봄엑스포에 팜석해 "저는 페미니스트"라며 "3년 전 '82년생 김지영' 책을 보고 눈물을 흘렸고 절망감이 들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밖에도 세계 여성의 날 등 젠더 이슈가 나오면 언제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규탄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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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10일 새벽 숙정문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지 약 7시간 만이었다.


재작년 국내 첫 3선 서울시장에 오른 박 시장은 임기를 2년여 남겨놓고 있었다. 2018년 7월 치러진 민선 7기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궐위(闕位·직위가 빈 상태)된 경우 부시장 등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게 돼 있다. 서울시는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권한을 대행한다.


서정협 부시장은 제35회(1991년)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에서 행정과장, 시장비서실장, 시민소통기획관, 문화본부장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친 행정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