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웅'으로 홍보에 이용당하고 수당은 '0원' 받는 대구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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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 현 실정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K-방역'의 위상을 세우는데 공헌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의료진들이다.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보여주긴 했지만 방호복 안에 갇혀 제대로 숨 한번 깊게 쉬지 못한 의료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등장 이후 무려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의료진들은 직업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희생과 봉사를 강요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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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하지만 전국민을 패닉에 빠트린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온 의료진에게 남은 것은 따가운 눈초리와 '수당 0원'이라는 냉혹한 현실뿐이었다.


곪을 대로 곪아있던 의료진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건 다름 아닌 대구시가 준비한 행사였다.


최근 대구시는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점차 완쾌해 집으로 돌아가고 확진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자 이를 자축하기 위한 행사를 마련했다.


그간 최전선에서 노력해 준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500명을 초대해 드론 300대를 날려 공연을 펼치고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선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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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소식을 전해 들은 의료진들은 오히려 대구시에 분노를 표했다. 거리두기가 한창인 시점에 500명을 한곳에 모아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료진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였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이번 행사는) 우리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며 "누구 하나 확진자가 나오면 어떡하려고"라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대구시는 쪽잠을 자며 환자를 돌봐온 의료진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원성을 샀다.


"위험수당은 대체 언제 나오냐"는 의료진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대구시는 엉뚱한 데 돈을 들여 응원과 격려를 하는 아이러니한 행동을 취했다.


가장 먼저 개선되었어야 할 의료진의 처우는 후일로 미뤄놓고 당장 이슈가 될 전시행정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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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이어지자 대구시는 급히 행사를 취소하며 한국관광공사 주최였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대규모로 행사를 열 계획은 아니었다며 서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의료진이 바라는 것은 특별 대우도, 분에 넘치는 큰 보상도 아니다. 단지 받아야 할 것을 제때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와 노력에 대한 합당한 처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잠시 주춤한 지금, 의료진은 걱정을 한시름 놓기도 전에 당일 해고 통보, 무급휴직, 권고사직 등 불합리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애타게 찾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중적 태도에 기댈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의료진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정부의 지원을 바랐지만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대구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별도의 수당을 지원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것. 고생한 것은 알지만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지원하기는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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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덕분에 챌린지'를 내세워 의료진들을 코로나 영웅으로 추앙해왔던 정부의 노선과는 사뭇 다른 행보이다.


진정으로 이들을 응원하고 존중했다면 적어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됐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2차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과연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 방역 최전선에 남아줄 이들이 누가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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