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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으로 한국 남자에게 분노해 아빠한테 "역겹다"고 한 딸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불안해진 사람들은 주변인을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인사이트조주빈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가학적인 성 착취가 자행된 'n번방'의 실체가 밝혀지며 국민적인 분노가 들끓고 있다.  

 

n번방의 운영자와 가입자를 합하면 26만 명이 넘을 거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퍼지면서 "주변 남자 중에도 한 명쯤은 있을 것 같다"며 내심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이러한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에 속아 극도로 날카로워진 사람들은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번 n번방 사건 때문에 남자란 남자는 전부 역겹고 무섭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작성자는 "어제 아빠가 소고기 사 와서 우리 딸 고기 먹자고 했는데 무심코 역하니까 말 걸지 말라고 해 버렸다"면서 "n번방 이용자가 26만 명이나 있는데 아빠도 가해자일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 주변에도 혹시?'라는 불안감은 n번방 참여자들의 신상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관련 국민청원은 31일 기준 2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n번방 관련자로 추정되는 이들을 지목한 뒤 '신상을 터는' 행위도 성행하고 있다. 

 

자경단을 자처하는 '주홍글씨'가 만든 텔레그램 방엔 n번방 관련자로 지목된 200여 명의 범죄 정황과 신상 정보들이 공개되고 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이들은 범죄자들의 인권은 따지지 않는다며 "사이버 성범죄자 검거를 돕기 위해 신상 공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상 공개가 넘쳐나게 된 배경으로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지적했다. 법 집행에 답답함을 느끼고 먼저 나서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는 신상 털기는 애꿎은 사람을 범죄자로 몰 위험이 있다. 가해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의 신상 정보를 퍼트릴 경우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또한 사법 불신이 팽배해 있더라도 일반 시민은 법을 해석 및 적용하는 '사법부'의 권한이 없으며,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권한도 없다. 물론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의 권리도 없다. 


사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여론을 통해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움직이도록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영역을 넘어가면 그것은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각한 범죄 행각에 대해 분노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