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 제때 못 낸 80대 할머니 '졸업 3일' 남겨놓고 강제 '퇴학'시킨 중학교
수업료를 밀렸다는 이유로 졸업식 3일 남기고 퇴학 통보를 받았던 할머니의 사연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인사이트] 한지혜 기자 = 늦은 나이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80대 할머니가 졸업을 3일 남기고 퇴학 통보를 받았다. 수업료를 밀렸다는 이유였다.
할머니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 하루 뒤 바로 입금했지만 이미 퇴학 처리가 된 상황이었다. 할머니뿐 아니라 만학도 27명도 무더기로 퇴학 조치를 당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31일 대전시교육청 앞 집회 현장에서 권옥자(80)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게 된 사연이다.
할머니는 공공 근로로 한 달에 27만 원을 받아 20만 원을 수업료로 내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는 연말이라 일거리가 없어 수업료를 제때 내지 못했다.
예지중·고등학교 관계자는 "수업료 미납자에 대해서는 내용 증명과 구두 전달 등으로 수업료를 내달라고 수차례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이를 내지 않아 학칙에 따라 퇴학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할머니는 "친구에게 어제 1분기 수업료 58만 9,000원을 빌려서 냈는데, 학교에서는 이미 퇴학 처리를 해서 소용없다고 말했다"라며 "졸업 전에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그냥 퇴학시켜버리는 게 어딨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할머니가 입학했던 예지중·고등학교는 만학도와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된 학력 인정 평생교육 시설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단 3일 때문에 만학의 꿈을 이루고 싶어 노력해온 할머니들을 단번에 내쳤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고 비판이 일자 학교 측은 퇴학 처분을 철회했다. 하지만 예정된 졸업식은 이미 끝난 뒤였다. 할머니는 졸업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결정을 뒤엎을 수 있었으면서도 너무 성급하게 조치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대전시와 교육청은 만학도들을 위해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늘봄학당'을 지난해 2월 개원했다.
늘봄 학당은 재학생의 지인이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했고, 인근 초등학교에서 교체되는 책걸상을 받았다. 동문회에서도 수업용 노트북 20대를 기증했다.
수업은 재단으로부터 직위 해제당한 19명의 교사의 자원봉사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