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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채팅서 10대 여학생이라 하니까 "용돈 준다"는 아저씨들의 쪽지가 수십 개 날아왔다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성 착취 영상을 찍은 텔레그램 n번방이 핫한 가운데 랜덤채팅 어플이 배후로 지목됐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서혜림 기자 = '봄봄 41세 4km'가 드라이브 가자며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잘 지내봐요 33세 12km'도 집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내며 "못해도 상관없어요. 용돈 필요하면 봐요"라고 답했다. '(모)텔가서…'하면 현금 30만 원을 준다고도 덧붙였다. 앱을 켜고 10대라고 나이를 적으니 5분 안에 발생한 일들이다.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조주빈(25)이 SNS를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성 착취 영상을 찍게 해 세간의 충격을 준 가운데 현재도 SNS상에서 10대라고 말을 하면 성매매를 제안하고 음란 사진을 보내고 있다.


27일 취재진이 직접 SNS상의 익명 채팅방인 즐챗, 앙팅즐팅, 꿀톡 채팅을 접속해 17~18세로 나이를 설정해놓고 '친구 구함'이라고 자기소개 글을 올리니 순식간에 몇십 개의 쪽지가 날라왔다. 그 중 '남성' 사진을 대뜸 보내는 사람도, 모텔에 가서 관계를 하면 30만 원을 주겠다는 남성도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랜덤 채팅방 모두 '20세' 이상 이용이 가능하고 성매매 외에도 청소년에 유해 되는 대화 내용이 발견되면 이용정지 조치를 취한다고 공지했으나 실상 허울에 불과하다. 다만 나이를 '저 열일곱이에요'라고 밝히면 '열**'라고 자동 모자이크 처리가 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었다.


아울러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할 수 있다. 앱을 다운받을 때만 구글 계정이 18세 이상이어야 가능했다. 부모 등의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 코드를 전송하면 간단히 성인인증을 할 수 있다. 채팅방에는 자동으로 자신의 위치와 상대방의 위치가 몇 km 떨어진 지도 상단에 표시됐다. 취재진에게 음란한 말을 건낸 사람이 바로 4km 근처에서 아무렇지도 않고 채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앱 가입 때와 나이를 적을 때 별도의 인증단계가 없어 10대 청소년들의 가입 이용을 제한하지 못했다. 앱에는 모두 '18세'나 '20세' 이상 이용이 가능하다고 공지되어 있으나 누구든 가입이 가능한 것이다.


꿀톡 채팅의 경우 '음란 선정적 문구와 사진, 불건전 만남 유도와 성매매 알선 글은 금지한다'고 공지사항에 올라왔으나 실상은 프로필 상에서만 나이를 밝히자 한 채팅 이용자가 말을 걸며 "관계 할래"라며 '남성' 사진을 보내왔다. 채팅방 대화창 목록을 보니 그 말고도 음란한 말이 수도 없이 걸려오고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외에도 '성교육을 해주겠다'며 음란한 말로 집요하게 말을 거는 '교육 35세 1km', 오빠 같은 에너자이저 찾았냐며 말을 거는 '트레이너 일해 25세 1.5km' 등 20개도 넘는 쪽지가 쏟아졌다.


아울러 '박사' 조씨가 피해 여성들에게 SNS상에서 '고수익알바'를 미끼로 접근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여전히 트위터 상에서는 '여성 고수익 알바' 글이 난무하고 있다. 트위터 상에 '여성 알바'를 검색해보니 '섹트'(성관계 트위터)라는 태그가 달린 글들이 쏟아졌다.


청소년들이 성 매수 등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상태에서 호기심으로 들어간 랜덤채팅에서 해당 메시지를 받을 때 유혹에 넘어가기가 쉽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사람에 대한 의심과 경계가 없어 꼬임에 넘어가기 쉽다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 성폭력을 갑자기 가하는 그루밍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인사이트뉴스1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위탁 수행한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자 3,219명 중 91.4%가 SNS와 앱 상에서 아동·청소년들에게 성 매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 메신저·SNS·앱에서 성 매수 알선범죄가 85.5%인 것에 비해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아동·청소년이 채팅방 안에서 이와 같이 성매매 알선을 당하고 음란 사진을 받게 된다면 가해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의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와 성매매 알선 등으로 이뤄진 성폭력범죄에 해당해 처벌이 가능하다"며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아청법에 적용돼 가중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랜덤채팅의 경우 피의자가 직접 현장에 나타나지 않거나 신분을 가린 채 채팅방에서만 활동할 경우 수사에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