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저는 텔레그램 피해자입니다"···여고생이 직접 전한 '지인능욕방'의 소름끼치는 실태

텔레그램에서 사진 합성으로 피해를 본 한 여고생이 그 뒤에 이어지는 어른들의 태도와 2차 가해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인사이트박사 조주빈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많은 사람이 SNS 혹은 메신저로 소통을 한다. 지금은 SNS가 일상이 된 시대다.


그러나 그에 따른 피해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n번방'이 그렇다. 


갓갓, 와치맨, 박사 등 일부 성 범죄자들이 SNS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을 성 착취물의 대상으로 삼았다. 


n번방이 알려지면서 '여경방', '여간호사방', '유아방'이란 성 착취 사진 또는 영상을 공유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인사이트의 취재에 응해 준 18세 고등학생 A양도 그 피해자였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생각하는 게 힘든 일이지만 사건의 공론화를 위해서라며 입을 열었다. 


인사이트A양


SNS에서 유명인인 A양은 얼마 전 한 여성으로부터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을 받았다. 이른바 '지인 능욕'을 위해 사진 합성을 요청한 남학생과 이 주문을 받는 남성의 대화였다. 


남학생이 동영상에 합성해 달라며 꺼낸 사진 속 여성은 A양이었다. 남성은 사진 합성을 위한 규격이나 각도를 위해서는 더 많은 사진이 필요하다며 남학생에게 A양의 SNS 주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A양이 유명인인 걸 알게 된 남성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합성을 거절한다.

남학생은 A양 대신에 자신의 지인 여성 B양을 합성해달라고 요구했고 남성은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B양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위와 같은 사실을 전했다. 


A양은 B양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들었다. B양이 아니었으면 A양의 얼굴은 성 착취 사진 또는 동영상에 합성돼 인터넷을 떠돌게 됐을지도 모른다. 


인사이트A양 제공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에 우리 사회의 모습은 대체로 떳떳하지 못했다. 


지난 3월 1일 A양이 해당 사실을 알고 남학생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합의를 거론하더니 결국 잠적을 하고 말았다. 


A양은 남학생의 학교에 직접 연락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합성을 주도한 남성도 최근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A양은 학교에서 남학생 아버지의 번호를 얻어 직접 통화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남학생의 아버지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을 들었다. 


인사이트A양 제공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A양에 따르면 남학생의 아버지는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그 말 어디에서도 피해 당사자인 A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A양을 대상으로 한 남학생의 행동은 아동·청소년호보에관한법률(아청법)에 위배되는 범죄 행위다.


아청법 11조 1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관련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 아동·청소년 영상을 제작·수입 등을 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


또한 아동·청소년 음란물인 줄 알면서 이를 소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가해자 부모의 태도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2차 가해 또한 A양을 힘들게 하고 있다. 


A양이 '지인능욕' 및 성 착취물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누리꾼이 그녀의 SNS에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피해자인 A양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비꼬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A양은 "이제는 2차 가해 때문에 힘들어요"라며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현재 A양은 스스로 신고 절차를 알아가며 자신의 얼굴을 다른 음란 영상에 합성하려한 남학생을 고발하려 하고 있다. 

그 누구의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