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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종업원 있는 식당 불안하다"···사람들이 꺼려하자 조선족 직원 자르기 시작한 식당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중국 동포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해 조선족들의 일거리가 10분에 1로 줄어들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대림동 거리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뉴스1] 류석우, 박종홍 기자 = "(조선족) 이모님이 일주일에 두 번 오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중국은 안 갔다 왔다고 하는데 중국에서 입국한 친지를 만날 수도 있어서요."


"외식도 하지 말아야 하나요. 저번 주에 외식하러 갔는데 조선족이 중국어로 얘기하는 게 살짝 거슬렸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중국 최대 명절 기간인 춘절(春節)까지 겹치면서 중국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 정서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대림중앙시장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특히 전혀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거나 한국에서만 10년 넘게 거주한 중국 동포들에게도 이러한 시선이 전이되고 있다.


중국 동포가 운영하거나 이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식당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겼고,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지난 29일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밀집해있는 대림동을 찾았다. 저녁 무렵이었지만, 중국 동포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대부분 한산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거리는 마스크를 쓴 주민들만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대림동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장모씨(42)는 "최근 들어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이 확연히 줄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히 대림동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졌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 것 같냐는 질문에 "그것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을 줄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더불어 춘절 기간도 겹치면서 중국 동포 등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도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대림동 일대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평소 중국음식을 즐겨 대림동을 자주 찾았다는 김정훈씨(30)는 "아무래도 최근 사태 이후 중국인이 밀집한 지역을 찾는 것이 꺼려졌다"며 "중국 명절 기간에 가족들을 만나러 다녀올 수도 있고 아무래도 조금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림동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거나 일을 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은 최근 한국인들의 중국 혐오 정서와 관련해 직접적인 대답은 피하면서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30일 오전 대림중앙시장에서 만난 중국 동포 강모씨(48·여)는 "한국에서 산 지 20년째다. 


부모님도 다 여기 있는데 중국에 갈 이유가 없다"며 "(최근 중국인들을 향한 혐오 정서와 관련해) 뉴스에서 접했지만, 일하느라 바빠서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동포 차모씨(40)도 "춘절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방문할 계획은 없었다"며 "(중국에 방문한 적도 없고) 우리도 다 같은 사람인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인사이트사진 = 뉴스1


문제는 국내에서 대부분 꺼려 해 중국 동포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직종인 방문요양보호사나 가사도우미 등의 직업군에서까지도 혐오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등포 인근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몇몇 현장으로부터 조선족이나 중국 출신을 보내지 말아 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아무래도 최근에는 (중국 동포 등이) 제일 뒷 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김씨에 따르면 하루 평균 최소 10명 이상의 중국 동포들이 이곳에서 일거리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평균 1~2명에게 일거리가 돌아간다고 했다. 


그마저도 오랫동안 얼굴을 트고 지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김씨는 전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20여 명의 중국 동포를 고용하고 있는 한 방문요양센터 사장은 "솔직히 말해서 우한폐렴 사태 이후 (중국 동포를 바꿔달라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며 "다행히 잘 이야기는 했지만 앞으로 막막하다. 당장 국내 인력을 더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대림동 인근의 다른 가정방문요양센터 직원도 "근래에 요양보호사가 중국 분이냐고 물어보는 문의가 들어온 적 있다"며 "(이미 중국 동포 요양보호사를 두고 있는 가정에선) 앞으로는 꼭 마스크를 하고 와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요양센터 내에서도 직원끼리 꺼려 하는 정서가 나타난 곳도 있었다. 


다른 한 방문요양센터의 사장은 "최근 중국에 다녀온 요양보호사가 있었는데 대신 근무를 들어간 보호사분이 꺼려했다"며 "친구들이 중국인하고 만났다고 옆에도 오지 말라 그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대림동 일대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