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인데 인력 부족해 '12시간' 내내 택배 나르고 '라면' 허겁지겁 먹는 집배원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뉴스1] 김종서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대전의 한 우체국. 명절 특수로 지난주부터 하루 1만 개가 넘는 택배 물량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날은 약 4000개의 택배가 접수됐지만 집배원들은 “오늘은 물량이 좀 적은 편”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노사 합의 후 택배 위탁이 점차 확대돼 대형 택배는 대부분 위탁업체가 떠안고 있다. 하지만 연휴 기간에는 평소의 2배에 육박해 물량이 넘쳐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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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26년 차 집배원 A씨는 오전 7시부터 출근해 전날 분류해둔 우편과 소포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정해진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지만 물류센터에서 택배가 몰려오기 전까지 준비를 마쳐놔야 일이 수월하기에 평소에도 한 시간은 일찍 출근해야 한다. 


A씨는 “출발이 1시간 늦어지면 근무 시간이 2시간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곧이어 택배가 집배실로 들어차기 시작하자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오후 6시 퇴근은 못하더라도 오후 7시까지 업무를 마치려면 마음이 급하다.


물류센터에서 보낸 마지막 물량까지 분류를 마치자 오전 8시 40분.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사이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집배원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에야 차량과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가가호호로 달려갈 수 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A씨가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은 명절 때만이 아니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평소 물량도 처리하기가 만만치않다.


A씨는 이곳 우체국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몇 해 전 들여온 집배순로구분기가 우편을 구역마다 분류해줘 일손이 많이 줄었다. 


이전에는 우편 분류에만 2~3시간씩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택배도 위탁업체를 늘려 부담이 많이 줄었다. 주 5일제를 위한 토요배달 폐지는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명절마다 고역이었던 계약 택배는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그러나 택배 위탁이 부족해 토요택배가 부담인 곳도, 집배순로구분기가 들어서지 않은 우체국도 아직 많다.


또 근무 여건이 예전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인력 충원까지는 갈 길이 멀어 집배원들의 부담이 여전하다.


A씨는 “등기우편만 해도 근무시간 내에 배달하려면 한 통에 30초를 넘기면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시간에 쫓기면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곳 우체국은 그나마 근무 여건이 많이 나아진 상황이지만 인력 충원은 절실하다. 


사람이 늘어나면 업무 정상화와 서비스 향상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특히 몸이 아프거나 할 때가 가장 고역”이라며 “빈자리를 팀원들이 고스란히 도맡아야 하는데 한 명이 빠지면 1인당 2시간씩 더 일을 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지난해 1월 9일 있었던 우체국택배 단체교섭 결렬 관련 집회 / 사진=인사이트


지난해 우정노조가 출범한 후 처음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집배원의 현실과 처우 개선이 부각됐다. 당시 노조는 우정본부에 인력 2000명 충원과 토요배달 폐지 및 주 5일제 근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협상 끝에 우정 노사는 위탁 집배원 988명 증원, 소포 내실화를 통한 토요배달 점진적 개선 등에 합의했지만 해를 넘긴 지금도 고충은 계속되고 있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계약택배 폐지와 토요배달의 축소는 확연히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택배 위탁을 확대한 점이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노사 협상 당시에도 인력 충원이 사실상 가장 큰 핵심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양측 모두 이해하고 있다”며 “집배원의 노고를 덜어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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