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친구 괴롭히고 빵셔틀 시키던 우리 반 일진이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OCN '구해줘'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우리 반에는 한 명의 일진이 있다. 


교실 맨 뒤에 앉았던 일진 친구는 항상 맨 앞자리에 있던 까무잡잡한 친구를 괴롭히고 놀려댔다. 다른 친구들은 그 놀림에 웃음 하나씩을 보탰다. 


나는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친구들이 일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과장된 웃음을 보낼 때조차 나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물론 나서지도 않았다. 그냥 '나는 너를 괴롭히지 않았다'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그 잘못된 행위를 방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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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반에서 가장 약했던 친구는 일진의 빵셔틀이 돼 있었다. 그의 괴롭힘에도 멋쩍은 듯 웃음을 보이고 아침이면 매점에서 사 온 빵을 대접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수능이 끝이 났고 졸업식도 순탄하게 진행됐다. 나와 일진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이 끝난 것처럼 약자의 고등학교 3학년도 끝이 났다. 


어쩌면 '해방'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같은 반 안에서도 계급이 나뉘었던 이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다행이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친구가 괴롭힘에서 벗어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 사이, 우리 반 단톡방에는 일진의 메시지 하나가 모두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ㅋㅋㅋ 나 지방 의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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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설마했다. 일진 친구가 의대에 지원했을 때도 그 못된 인성 때문에 '떨어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결국 의대에 간다. 친구를 짓궂게 괴롭히고 노예처럼 부렸던 그 친구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게 된다. 


1년 내내 끔찍한 시간을 보냈을 친구와 그 모습을 보고서도 외면했던 나, 그리고 언제나 보기 싫은 웃음으로 일관했던 일진이 하나의 단톡방에서 같은 문장을 보았다. 


스스로가 미워졌다. 자신의 방관이 또 한 명의 괴물은 만든 건 아닌가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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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A군의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 


A군은 같은 반 일진 친구가 한 지방 의대에 붙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 대학에 이 친구가 일진이었다는 거 소문낼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누리꾼들의 의견을 물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의 사연은 우리에게 종종 들려오면서 씁쓸함을 남긴다. 일각에서는 "한국 학교에서 사람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선량한 마음이 아닌 '성적'이다"는 말도 나온다. 


의사라는 명함을 내밀고 다닐 일진과 심한 괴롭힘으로 인해 사회에서조차 쉽게 적응하지 못할 피해 학생.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롭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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