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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없자 목숨 위태로운 외상환자 태운 헬기에 '의사' 안 태운 아주대병원

지난해 12월 아주대병원이 중증외상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하는 소방헬기에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진현권, 유재규 기자 =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의 이국종 경기남부권외상센터장에 대한 욕설 파문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닥터헬기 운영이 중단된 지난해 12월 아주대병원이 중증외상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하는 소방헬기에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는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태평양 해군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떠나 있던 때로, 아주대병원의 외상센터 운영의지가 그만큼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아주대병원은 현장에서 중증외상환자의 긴급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구급대로부터 헬기요청을 받고도 “왜 헬기요청을 하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 구급대원들이 당황스러워했다고 한다.


16일 경기도와 아주대의료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중증외상진료 환자수는 2017년 2601명에서 2018년 2745명으로 다소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2508명으로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인사이트뉴스1


그러나 이 기간 중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어서 수술 등 응급조치가 필요한 손상중증도 점수(ISS) 15 이상의 중증외상환자는 693명, 905명, 1092명으로 57.7%(399명)나 늘었다.


그만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기능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으로 분석됐다.


유희석 의료원장과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 운영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필 이국종 교수가 지난해 12월 해군의 태평양 훈련 참여를 위해 외상센터를 떠나 있는 동안 출동 헬기에 의료진이 전혀 탑승하지 않는 등 외상센터 운영에 헛점을 드러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0월 중증외상환자 이송을 위해 173차례 헬기(닥터헬기, 소방헬기, 기타헬기)가 출동했으며, 이 가운데 의료진이 탑승한 경우는 69.3%인 120건에 달했다.


그러나 독도헬기추락사고로 닥터헬기가 중단된 11월에는 소방헬기 등의 의료진 탑승 비율이 50%로 떨어졌다.


11월 중 경기도 소방헬기가 중증외상환자 이송을 위해 10차례(소방헬기 8차례, 기타헬기 2차례) 출동했으며, 이 가운데 의료진이 탑승한 경우는 5차례였다.


이국종 교수가 해외훈련을 떠난 12월에는 전체 출동건수 10건(소방헬기 8건, 기타헬기 2건) 중 의료진이 탑승한 경우는 1건도 없었다. 사실상 소방헬기가 이송역할만 한 셈이다.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의료진의 긴급조치를 통해 외상센터센터로 신속하게 이송하게 되면 그만큼 살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외상센터 운영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주대 병원은 구급대의 헬기지원 요청을 받고도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2~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구급대원 등의 업무개선 요청사항 등을 보면 구급대원인 A씨는 “전 아주대에서 전화 와서 ‘왜 헬기 요청했어요’ 라고 해 그 다음부터는 헬기 요청을 안한다”는 글을 올렸다.


구급대원 B씨는 “아주대 외상센터가 삐끗거리는 것 같다. 점점 자리 없다고 안 받는 경우와 병원 사전 연락해보면 예전과 달리 우호적인 분위기도 없고 회의감이 느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급대원 C씨는 “헬기(지원을) 요청하면 ‘우선 가까운 병원에서 의사 진료 뒤에 다시 요청하라’는 헛소리를 하기에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경기도) 소방헬기는 요청하면 무조건 출동하므로 소방헬기 요청하고, 의료진 탑승여부 및 환자상태를 통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주대의료원은 닥터헬기가 환자를 긴급 이송했음에도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바이패스(환자를 받지 못하고 패스한 상황)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60건 이상의 바이패스가 이뤄졌으며, 9월 이후 40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관에 병상이 있는데도 주지 않아 1달 동안 가동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교수는 앞서 지난해 10월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닥터헬기와 소방특수대응단 헬기가 출동해 36명의 환자를 이송했다. 굉장히 좋아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그건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실은 이 자리에서 내일이라도 당장 닥터헬기는 고사하고 권역외상센터가 문을 닫아야 할 이유를 대라고 하면 30여 가지를 쏟아낼 수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그는 “지난해 간호인력 67명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22억원을 지원했는데 절반정도인 36명만 채용됐다. 나머지 재정지원은 기존 간호 인력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됐다”며 “그것을 막지 못한 죄책감이 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아주대 병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병원 리모델링 공사로 100병상 정도 사용할 수 없었다”며 “이 때문에 외상센터뿐 아니라 다른 과도 병실이 부족했으며 그런 상황에서도 병실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해명했다.


아주대 관계자는 또 지난해 12월 중증외상환자 헬기 이송시 헬기에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헬기 이송시 의료진 탑승여부는 센터장인 이국종 교수가 결정한다”면서도 “그전에 소방헬기 이송시 의료진이 탑승한 반면 12월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더 확인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닥터헬기가 중단된 지난 11월 이후 아주대 병원 남부권역외상센터의 중증외상환자 헬기 이송에 의료진 탑승이 줄거나 아예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이국종 교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헬기 활용실적이 확연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이국종 교수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16일 성명서를 내 이국종 아주대 교수에 욕설을 한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에 대해 전체교수에 사과하고, 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유 원장은 다음 달 정년퇴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 원장은 지난 13일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때려치워. 이 ××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 말이야. 나랑 한판 붙을래 너?”라고 이 교수에게 막말을 퍼부었고, 당황한 이교수가 “아닙니다. 그런 거”라고 대답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