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아이들의 생각을 막는 친절한 교재와 친절한 학원 강사



지난해 수능이 끝나자마자 북새통을 이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대치동에서 실패한 부모들은 조용하다> 제목의 글로 큰 호응을 얻은 대치동 강사 심정섭씨가 이번에는 <강남 교육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강남의 수학 성적>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심정섭 씨는 
강남 수학 교육 방식이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로 수학적 사고를 키우는데 오히려 방해하고 수학에 대한 반감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강남 학생들 중에 수학포기(수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심씨는 "강남이나 대치동에 와서 좋은 학원 인프라속에서 공부를 하면, 성적이 오르고 특목고나 명문대를 잘 갈 수 있다는 신화의 허구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수학 점수 상승 한계"라며 "이론적으로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한 대치동 아이들 속에서 수리 영역 수능 만점자나 적어도 1등급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능 고득점은 차지하고 강남 아이들 가운데서도 수포자가 속출한다"며 "잘못된 수학 교육의 전형적인 패턴을 갖고 있는 게 대치동 수학교육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씨는 강남 수학의 한계에 대해 칼럼에서 "우선 어려서부터 과도한 경쟁으로 아이들이 수학적 자존감이 크게 상실돼 있기 때문이고, 다음은 친절한 교재와 친절한 학원 강사에 대한 의존성이 커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씨는 "수학 교과서 머리말에는 수학은 '사고력을 길러주는 학문'이고, '문제 푸는 기술을 늘리는 과목이 아니다'고 하지만 실제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수학은 문제 푸는 기술이지 사고력을 기르는 훈련이 아니다"며 "강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많은 수학 교육 현장에서 교사나 강사들은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학은 수학적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이같은 질적 문제 대신, 단기간의 성과만 낼 수 있는 양적인 문제를 반복시키는 수학 교육으로 인해 수학적 사고 수준을 높여 주지 못하고 있다"며 "강남은 양으로 밀어붙이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두 문제에 대해 깊은 사고를 하면서 생각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수학 교육 방식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 풀이식 양적 위주의 수학 교육에서 벗어나 한 시간에 한 문제만 풀게 하더라도 사고력을 길러주는 '기다려주는 수학' 방식이 그것이다.

그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너무나도 쉽게, 이 아이는 수학적 머리가 없어서 수학을 못한다고 단정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몰입해 생각할 여건을 마련해 주면 아이들은 생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실제 교육 환경은 바쁘게 진도만 나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과도한 양적 학습으로 아이들의 뇌가 거의 마비됐다"며 "학원과 선행이 넘치는 이른바 강남 수학 환경에서는 더욱 더 수학적 사고력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학이 안되는 머리는 없다'는 책을 쓴 박왕근 박사의 수학 코칭 방법에 대해 소개하며 "박왕근 박사는 '기다려주는 수학' 같은 수학 코칭을 활용해 특목고와 국내 명문대, 해외 명문대에 다수의 합격자를 냈지만 안타깝게도 대치동의 각박한 환경에서는 이 같은 수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심정섭 강사는 "어려서부터 풀기도 싫은 학습지를 계속 풀어야 한다, 왜 집합부터 배워야 하는 지 물어보지 않고 시작하는 수학교육으로는 창의력이 길러 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수능 고득점도 쉽지 않다"며 "강남 아이들이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학에 몰입할 수 없게 하는 과잉 교육의 거품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심정섭 씨의 전문은 그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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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