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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휴거', '엘사'로 부르는 요즘 초등학생이 과거 유치원에서 받았던 숙제

초등학생들이 친구를 '휴거', '엘사' 등으로 부르는 가운데 과거 이들이 받았던 숙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김지형 기자 = 점차 양분화되는 소득 격차에 한국 사회에는 불평등과 계층을 키워드로 갈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갈등은 차별로 이어지게 되고 소위 기득권층과 피 기득권층 사이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런데 이는 비단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예로부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이처럼 아이들에게서도 사회의 문제인 계층 간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상대의 처지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교육 대신 자신을 드높여야 한다는 '차별'을 먼저 학습한다. 결코 이들이 원해서 한 학습이 아니다. 부모의 습관적 언행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습득한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자연스레 아이들은 상대의 환경을 비하하는 언행을 일삼게 된다. 이들이 상대를 놀릴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는 '이백충'과 '휴거', '엘사' 등이다.


이들 단어는 상대의 경제 환경을 비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상대의 모습을 토대로 놀림을 일삼던 아이들은 이제 상대의 환경을 먼저 놀리게 됐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봐주던 시선이 상대보다 환경을 먼저 보게 바뀐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시선 이동은 부모 탓이 크지만 이런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일부 교육자의 잘못된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


과거 한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에게 자신의 아버지 자동차를 소개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얼핏 봤을 때 이 숙제는 자동차를 소개하는 단순한 활동일 수도 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자동차의 이름과 사진, 이를 통한 발표는 아이를 차별의 시선에 내던지기에 좋은 소재들이다.


통상 차량에 이름을 붙이는 어른은 쉽게 보기 힘들다. 여기서 말하는 이름은 차량의 종류다. 이를 통해 아이의 가정환경이 어느 정도 유추될 수 있다.


물론, 차량만으로 아이 부모의 재력 전부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추측하는 근거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차별적 소재를 가지고 아이들끼리 발표까지 시켜 서로 비교 가능한 무대를 만들어주는 교육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고 있었다.


당연하게 서로의 재력을 비교하고 자신의 재력을 뽐내는 교육을 받고 사회적 차별을 몸으로 습득한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돼 '엘사', '휴거' 등의 단어를 쓰면서 상대를 비하하는 건 놀라운 행동이 아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gettyimagesBank


과거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억조 교수는 "언어는 생활이 반영된 것인데,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의 초등학생들이 욕설을 자주 사용한다면 점차 악해질 것"이라며 "욕설을 한 번 사용했는데 효과가 미미하면 더 강한 욕을 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자극적인 언어가 사용될 것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아이들이 '휴거'나 '엘사' 등의 비하 단어에서 더 심한 혐오성 단어를 생성, 확산해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러한 단어에 담긴 우리 사회의 일상적, 경제적 차별과 혐오가 이미 만연해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되짚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