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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했는데도 수능 망쳤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뺨' 맞고 쫓겨난 딸

재수를 하고 두 번째 수능을 받으나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해 엄마에게 폭행당하고 집에서 쫓겨났다는 한 수험생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인사이트JTBC 'SKY캐슬'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JT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단순히 드라마라고 취급하기에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현실성 있게 표현하고 풍자했기 때문이다. 


'SKY캐슬'이 끝난 후 처음으로 수능이 치러진 가운데, 엄마·아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처절히 몸부림치고 고통받는 학생들의 사연이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재수생 A씨의 사연도 'SKY캐슬'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고 비극적으로 그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A씨는 지난해 수능에 이어 올해 수능도 고배를 마셨다. 1교시 국어 영역에서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린 그는 결국 흔들리는 정신을 바로잡지 못하고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수능이 끝나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나눈 A씨는 거실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가채점한 수능 점수를 적어 내밀었다. 


이윽고 돌아온 건 엄마의 폭력. A씨의 수능 성적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엄마는 A씨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뺨을 때렸다. 


폭력이 끝난 후 A씨는 집을 나가라는 엄마의 고함에 벌벌 떨며 짐 가방 하나 들고 집을 빠져나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친구 집에서 하루를 보낸 A씨는 다음 날 아침 다시 집을 찾았으나 대문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다.


엄마의 퇴근 시간에 맞춰 대문 앞에서 기다렸으나 집 앞을 서성이던 A씨를 발견한 엄마는 "내 집에 얼씬거리지 마라"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12시가 넘어서야 오빠의 도움으로 집에 들어갈 수 있었고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A씨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그는 "나 어디 대학가지. 갈 대학도 없고, 엄마가 다시 나가라고 하면 어디 가야 할까. 불효한 거 같아. 내 미래도 막막하고"라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틀 후 A씨의 부모님은 A씨에게 1년간 알바하고 모은 돈으로 독립하라며 모든 지원을 끊었다. 방안을 가득 채웠던 수험 서적은 끈으로 단단히 묶여 버려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무심하고 냉정한 부모님의 이런 행태에 A씨는 오히려 안도를 느꼈다. 대학에 가려고 더이상 대학에 목맨 채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1년 후에는 집에서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서였다. 


지난 14일 수능이 끝난 날 밤,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 22층에서 19살 수험생이 자신의 수능 성적을 비관해 몸을 던졌다.


높은 점수, 좋은 대학이 아니면 자신의 삶 자체가 의미 없다고 여기는 수험생, 가족과 주변의 무거운 기대를 부담으로 짊어지고 홀로 감내해야 하는 수험생.


이들의 힘들고 고된 삶보다 비극적인 건 A씨와 극단적 선택을 한 수험생에게 높은 곳, 높은 점수보다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해준 어른이 없었다는 사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