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까지 헤어지자며 매정하게 돌아섰던 고3 남친이 교문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플레이리스트 '에이틴'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연주야, 나 너랑 오래 만나고 싶어. 그러니까 우리 잠시만 헤어지자"


누가 10대의 사랑을 미성숙하다고 했던가. 19살은 성인과 청소년 사이 아주 얇은 종이 한 장을 두고 선 나이다.


이들의 사랑은 성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들은 '수능'이란 거대한 인생의 전환점 앞에서 잠시간 사랑을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비정하게도 단 하나를 선택하게끔 상황을 몰아간다.


올해 4월 19살 정우(가명)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사귀기 시작한 연주(가명)에게 이별을 고해야 함을 직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플레이리스트 '에이틴'


정우는 연주와 자신이 수능이란 거대한 장벽 앞에서 잠시간 헤어져 있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두 사람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정우는 자신의 미래에 활짝 웃는 연주의 모습이 함께 있기를 바랐다.


벚꽃을 보러 간 날 정우는 연주에게 그간 고민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연주를 마음 깊이 좋아하는 자신의 진심이 부디 그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연주야, 난 너랑 있으면 너무 행복해. 넌 너무 사랑스럽고 밝고, 예뻐. 그런데도 속은 깊고 어른스럽고. 그런데, 우리가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공부에는 점점 소홀해지는 것 같아. 내 욕심이지만 난 공부도 연주 너도 다 붙잡고 싶어. 우리 수능까지 거리를 두고 잠시 헤어져 있는 거 어떨까 싶어. 난 너랑 오래 만나고 싶어. 네가 만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수능 끝나면 꼭 밥 한끼 먹고 싶고..."


자신이 떠난 사이 연주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단 것에 대해 불안이 없을 리 없었다. 연주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애니까.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연주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헤어지자고 해"라고 말하며 펑펑 우는 연주를 꼭 안아주고 돌아선 정우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홀로 엉엉 울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플레이리스트 '에이틴'


정우는 고3 생활 내내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다. 간간이 연주 역시 열심히 수능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희미하게 웃을 수 있었다.


드디어 대망의 수능일이 되었다. 정우는 평소 실력대로 수능을 치렀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이제 연주에게 떳떳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우도 떨리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원망의 눈초리로 보던 연주가 자신을 용서를 해줄지, 다시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웃어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한 손에는 큰 꽃다발을, 다른 한 손에는 선물 꾸러미를 들고 연주가 시험을 치르는 근처의 학교로 향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마지막 시험까지 치르는 연주는 늦도록 수험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정우는 한참이나 교문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꽤 긴 시간이 지나고 노을이 질 때쯤 교정 멀리서 흰색 롱패딩을 입은 연주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입김을 호호 내뿜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오는 연주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연주는 정우를 보자마자 달려와 그를 품에 안았다. 울먹이는 연주의 발음이 엉망이 돼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날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연주는 정우가 자신과 헤어지려 수능 핑계를 댔다고 생각했다 털어놨다.


정우는 그런 연주의 생각마저 귀여워 그 생각에 형체가 있다면 뽀뽀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플레이리스트 '에이틴'


결과적으로 공부를 잘했던 정우는 원하던 점수를 받은 것 같았고, 연주 역시 열심히 공부한 끝에 성적이 올라 정우와 비슷한 수준의 등급을 예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긴 수험 기간을 돌아 다시 사귀게 된 기념으로 이번 주말에 놀이공원에 놀러 가기로 했다. 다시 첫 번째 데이트였다.


해당 글은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고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수능, 군 입대, 취업 등 젊은 우리들의 사랑에는 참 장애물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인내하며 끝끝내 사랑을 하고야 마는 수많은 정우와 연주들이 주변에 많다.


수많은 10대, 20대 정우와 연주들은 이들의 사연에 "보다가 내가 다 설렜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 "너무 부러워서 눈물 나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성숙한 사랑 방식은 사랑의 깊이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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