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혈압 측정기'가 꼭 필요했던 할아버지가 판매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혈압 측정기'가 꼭 필요했던 한 할아버지.

하지만 5~6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 탓에 차마 새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할아버지는 인터넷에서 중고 혈압 측정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타자가 익숙지 않아 독수리 타법으로, 잘 보이지 않아 희미하게 뜬 실눈으로 중고 혈압 측정기를 검색한 할아버지는 판매자에게 문자를 남겼다.

'마포구청 역인데 어디로 언제 가야하나요 ?, 차가없어 전철로 가야하고 3만원에 주세요 ,,'

'깍을려고 하는게 아니고 돈이 모자라고 필요해서 그레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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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문자를 받은 판매자는 흔쾌히 가격을 깎아주기로 하고 약속 장소에 나섰다.

혈압 측정기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린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와 같이 오셨다. 두 분 다 70세는 돼 보이더라. 할머니는 아프신지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계셨다. 할아버지는 옆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계셨다"

두 분에게 다가간 A씨는 혈압 측정기 사용법을 알려드린 뒤 처음 올린 3만 5천 원에서 1만 원 깎은 2만 5천 원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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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그는 할머니의 손을 꼭 쥐고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지난해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결국 할아버지에게 다시 연락해 드릴 게 있다며 잠시 기다려달라 부탁한 A씨는 약속 장소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받은 돈을 할아버지에게 돌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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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의 행동에 할아버지는 극구 거부했지만 A씨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래요. 이거 쓰시고 꼭 건강해지세요"

돈이 부족해 사랑하는 아내에게 '새 제품'을 사줄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마음은 너무나도 비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내다본 판매자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할아버지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위로받지 않으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