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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내에 '귤 한 봉지' 사줄 돈 없어 마트에서 훔친 6.25 참전용사 할아버지

아픈 아내에게 귤을 사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결국 절도 행위를 했던 한 참전 용사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2010 국방화보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 역사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의 이 말은 한국인들에게 한 자루의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치열한 냉전 시기, 북으로부터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노력은 치열했고 끔찍했다. 


많은 사람이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에게 귤 한 봉지 사 줄 돈이 없는 참전용사가 도둑으로 전락하는 게 우리의 실상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고지전'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17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마트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절도범으로 체포된 A씨는 82세의 참전 용사다.


A씨는 별다른 수입 없이 보증금 4천만 원에 월세 15만 원짜리 빌라에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84세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병들고 늙은 아내에게 귤을 사주고 싶었지만 사줄 돈이 없었고 결국 마트에서 귤을 훔치기에 이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당시 A씨를 체포한 경찰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훈방 조치하기로 했으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꽉 막힌 마음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장애인·고령자·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약자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구제하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다행스럽게도 A씨는 그 범죄가 경미해 훈방조치 됐으나 나라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영웅이 귤 한 봉지 살 수 없는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안타깝지만 전 세계 GDP 순위 12위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참전 용사가 절도범이 되는 지금. 


토인비의 말대로라면 총알과 포탄이 쏟아지고 생살이 찢겨나가던 70여 년 전 6·25전쟁보다 오늘날이 더욱더 비극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