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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행 기차서 '만삭'이던 제게 자리 양보해준 군인을 4년만에 찾았습니다

만삭이었던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해 준 군인에 대한 사연을 공개한 여성은 오래지 않아 해당 사연의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어린이집을 다녀온 큰딸과 대화를 나누던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었다. 


"군인!"


군인이 되고 싶다는 딸의 말에 엄마는 친정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고 급하게 대구로 향하던 4년 전 일을 떠올렸다.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군대숲'에는 훌륭한 여군이 되고 싶어 하는 딸을 둔 엄마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4년 전 친정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둘째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부랴부랴 서울역으로 향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내사랑 치유기'


남편은 출장 중이었고 A씨 곁에는 당시 3살이었던 딸이 있었다. 


급하게 대구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남은 좌석은 입석밖에 없었다. 만삭에 어린 딸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A씨에게 선택에 여지는 없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오래지 않아 무거운 몸에 허리가 아파졌다. 첫째 딸도 보채기 시작했다. 아버지 걱정에 정신도 없던 그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군인 B씨였다. 


B씨는 한눈에도 힘들어 보이는 A씨를 보고 선뜻 자신의 자리를 내주었다.


이어 보채는 첫째 딸의 대화 상대가 되어줬다. A씨는 B씨의 도움으로 편하게 대구까지 갈 수 있었고 딸도 더는 보채지 않았다. 


그렇게 목적지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B씨는 동대구역에서 택시에 오르는 A씨의 짐까지 모두 챙겨준 후에야 등을 돌렸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이 일이 있고 난 후 머지않아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A씨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작명소에서 받았는데 우연하게도 도움을 준 B씨의 이름과 같았다. 


당시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는 A씨는 4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해당 페이지에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이제는 사회인이 되었을 그와 연락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도 전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B씨의 지인이 해당 글을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를 그에게 알린 것이다. 


B씨는 해당 사연에 등장해 "내 이야기가 맞다"며 "저 상황이면 누구든 그렇게 행동했을걸? 이런 데 내 이야기가 올라오니까 쑥스럽네"라고 댓글을 남겼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B씨의 댓글을 본 A씨는 "그때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아버지 임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어요"라고 전했지만 B씨는 정중히 사양했다. 


그는 "우선 아버님 일에 대해서 늦게나마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며 "따님과 손주분들이 편히 오시길 바라는 아버님의 마음이 저에게 닿아 배려할 기회를 주신 것 같네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나 그렇게 행동했을테고, 군인 신분이라면 더욱더 당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식사 대접하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마음만 받겠습니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셨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두분다 마음씨가 너무 곱고 예쁘다", "엄마, 사위 찾은 거 같아",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