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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자원입대'해 나라 지켰는데"···한쪽 팔 잃고 리어카 끄는 '참전용사' 할아버지

1950년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썼으나, 지금 그들이 받는 대우는 초라하기만 하다.

인사이트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최악의 비극이 일어났다. 팔이 잘려 나가고, 온몸에 수류탄 파편이 박혔다. 


그나마 살아있으면 다행이었다. 옆에 있던 전우는 온몸이 찢겨 시신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도 자원병들은 넘쳐났다.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많은 청년은 스스로 생사의 중간점에 섰다. 대우와 영광을 바란 건 아니었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 오로지 그 때문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2010 국방화보


1953년 20살의 A씨도 부모의 눈물을 뒤로하고 전쟁터로 나아갔다. 비록 최전선에서 '고기 방패(Meat Shield)'가 될지라도 그게 나라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네가 나라한테 해준 만큼, 나라가 널 기억해주진 않는다"


집을 나서기 전, 아버지의 담담한 한마디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A씨의 걸음을 멈출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인사이트영화 '고지전'


6·25전쟁이 발발하고 70년이 지난 지금, A씨는 리어카를 끌고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줍고 있다. 


바람이 불면 그의 왼쪽 소매는 힘없이 휘날린다. 1953년 6월 강원도 춘천에서 북한 인민군과 전투를 벌이다 적의 포탄 파편에 왼쪽 팔이 잘려 나간 탓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군번이 느리다는 이유로 나라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나이는 젊었어도 팔이 없어 일거리를 찾기 힘들었고 전쟁의 끔찍한 참화에 트라우마를 겪으며 술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던 날도 많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지금 A씨는 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돼 나오는 몇 푼, 노인 연금과 폐지를 팔아 얻은 1~2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월세와 식비, 담뱃값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돈이다. 


"네가 나라한테 해준 만큼, 나라가 널 기억해주진 않는다"라던 아버지의 말.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플 때도 있지만 길거리를 오가는 환하고 예쁜 아이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인사이트오늘 날의 서울 / gettyimagesBank


해당 사연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영화처럼 느껴지는 삶이지만,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이러한 삶들이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웠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나라를 발전을 위해 일했다. 


A씨처럼 6·25전쟁에서 살아남은 참전 용사는 1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2000년 관련 법이 생기기 전까지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2002년부터 참전 명예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2019년 현재 참전용사들이 받는 수당은 10만 원 내외다. 안타깝지만 전 세계 GDP 순위 12위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인사이트지난 11일 303고지 추모 행사서 경례하는 참전 용사들 / 뉴스1 


역사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이 쉽게 잊히고, 그들을 위한 대우마저 없어진다면 불행의 역사가 반복된 다음에는 누구도 나서지 않을지도 모른다.


"네가 나라한테 해준 만큼, 나라가 널 기억해주진 않는다"


이제는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던 이들을 위해 나라와 국민이 나서 이 말이 결코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