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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석 양보받지 못한 임신부가 한 달 동안 출퇴근하면서 겪은 일

한 임산부가 출산 휴가 전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임산부 배려석에 앉지 못한 자신의 일화를 전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처음 도입된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 임산부의 일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한 임산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달 동안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며 겪은 일화를 공개했다.


출산 휴가로 다음 주까지 회사에 출근하는 글쓴이 A씨는 출퇴근길에 보통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그녀는 임산부 배려석을 제대로 이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곳에는 항상 누군가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대해 A씨는 "어떤 날에는 임산부 배지를 찬 여자가 앉아 있었다면 또 어떤 날에는 임산부 같지 않은 여자가 앉아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날 임산부가 아닌 것 같은 여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어 일부러 임산부 배지를 보이게 하고 앞에 서 있었지만 여성은 휴대전화만 만지고 있을 뿐 비켜주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비켜달라고 하는 게 민망했던 A씨는 어쩔 수 없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것을 포기하고 옆쪽 일반 좌석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좌석에 앉아 있던 한 젊은 남성이 일어나더니 "여기 앉으세요"라며 A씨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A씨의 가방에 달린 임산부 배지 때문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치즈인더트랩'


그 다음 날에도 또 다음날에도 20~30대의 젊은 남성들은 A씨의 배지를 보고 자리를 양보했다.


A씨는 "이렇게 남자분이 계속 양보해 줘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지하철을 타는 순간부터 임산부 배려석에 가지 않고 일부러 젊은 남성이 앉은 일반 좌석 앞에 서서 임산부 배지가 달린 가방을 슬쩍 보여줬다"라고 털어놨다.


자리를 비켜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A씨는 매일 이 방법으로 지하철을 이용했다.


A씨는 "'엄마가 편해야 건강한 아이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A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마지막으로 "그동안 자리를 양보해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했다"라고 글을 마쳤다.


해당 사연은 많은 이들을 훈훈하게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배려 넘치는 이들도 많지만 임산부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버티며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임산부의 안전을 위해 비워두자는 취지로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임산부 500명 중 25.8%가 임산부 배려석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항상 이용했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담 혹은 민폐를 주는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고, '이미 일반인이 앉아 있어서, 양보를 받지 못해서'가 두 번째로 많았다.


임산부들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유산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가 나오지 않은 임산부들에게는 임산부 배려석을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임신 14주 전후로는 태반이 온전히 형성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미한 자극에도 유산 위험이 높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