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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패딩' 입는 게 싫어 아빠에게 "왜 우린 거지야"라고 대들었던 중학생 아들

아빠에게 "왜 우린 거지냐"고 대들었던 아이는 어느 새 아빠가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질투의 화신'


추운 겨울, 어느 날 아빠는 따뜻하게 입으라고 검은색 패딩을 하나 사다 주셨다.


나는 겨우내 그 패딩을 매일 입었다. 그냥 따뜻했기에.


"너는 왜 옷이 안 바뀌냐?"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 며칠 뒤 알게 됐다. 다른 친구들은 따뜻한 패딩이 몇 번씩 바뀌고 있었다. 나만 늘 하나였던 거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가난'을 알았다.


그 무렵 친구들은 동사무소에서 매달 쌀과 라면을 공짜로 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생활보호 대상자'라는 단어도 그때 알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황금빛 내 인생'


여자아이들이 왜 나를 피하는 지도 알 것 같았다. 패딩 하나만 입고 그 안에 '가난함'을 입은 나를 싫어하는 거라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아빠, 왜 우리 집은 거지야?"


그 결론을 내린 날, 자기 전 아빠에게 이 말을 던지고 난 방으로 들어갔다.


목이 말라 새벽에 거실로 나왔을 때, 평소 1병만 있던 소주 병이 3병인 걸 보고 혀를 끌끌 차기만 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난 아빠가 됐고, 나의 아빠는 '할아버지' 소리도 얼마 듣지 못한 채 하늘로 떠나 간 지금에서야 난 그분의 마음을 알게 됐다.


눈물이 흐를 자격조차 없는 나지만 두 뺨을 타고 눈물이 내린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위 사연은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연을 각색한 것이다.


해당 사연을 올린 A씨는 물질적인 가난함이 너무 싫어 자신의 아버지에게 모질게 굴었던 과거를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릴 적 아버지에게 무심코 했던 말들이 아버지의 가슴속에 대못으로 박혔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집안이었지만, 아버지의 마음이 가난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도.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크로싱'


자신이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 후에 과거의 아버지가 느꼈을 마음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 순간 그는 눈물을 흘렸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순간에도 가족을 위해 사회 속에서 분투하는 가장의 무게를 어린아이가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아무리 마음을 전하려 해도 전해지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동안 지금의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게, 훗날 만날 아버지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 되는 게 어떨까.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국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