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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짝사랑남은 '학교폭력' 당하던 왕따 남학생이었습니다"

왕따 남학생을 사랑한 여학생은 그의 계속된 철벽에도 끝까지 마음을 접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파수꾼'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너 일부러 나한테 이러는 거야? 제발 나 좀 그냥 둬. 더 비참하게 만들지 마"


그 말을 들은 내 가슴은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너, 그리고 주변의 시선 따윈 전혀 신경 안 쓰고 그런 너를 쫓아다녔던 나.


우리 두 사람은 정말 가까워질 수 없는 걸까.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뉴스1, (우) 영화 '파수꾼'


그렇다. 내가 좋아하던 남학생 A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갑자기 소위 '일진' 무리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반 친구들은 A를 따돌리고 괴롭혔고 그럴수록 나는 A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그전부터 A를 쭉 좋아했으니까.


A가 급식실에서 밥을 혼자 먹을 때도, 나는 달려가 그 애 앞자리에 앉아 혼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건넸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는 A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러다 보니 나도 일진들의 표적이 됐고, 복도를 지나갈 때 이유 없이 욕을 먹기도 했다.


그 사실을 안 A는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며 내게 화를 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 매일 A에게 연락했고 교실에 찾아가 쪽지와 간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집에 돌아온 나는 오후 8시쯤 A에게서 온 연락에 놀랐다. 단 한 번도 내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너희 집 앞인데 한 번만 나와줄 수 있어...?"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다급하게 뛰쳐나가 보니 우산을 썼는데도 비에 흠뻑 젖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의 A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내 말에 A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말했다.


실은 조금 전,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했다고. 그런데 뛰어내리려던 직전에 내 얼굴이 떠올라 달려왔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고백했다. "많이 모자란 나지만 너와는 꼭 잘 지내고 싶어. 우리 사귀자"


A의 고백에 나도 참아왔던 울음을 토해냈다. 그건 내 인생 최고의 고백이었고 최고의 순간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Instagram 'wow_kimsohyun'


윗글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을 각색한 내용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고 위로해주던 사람이 떠올랐고, 결국 그 사람이 삶의 이유가 된 것이다.


사연 속 두 사람은 그 이후로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 누군가에게 삶의 이유가 되어준다는 것만큼 특별한 일이 있을까.


당신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가 되길, 그리고 사연 속 이들의 앞날에는 꽃길만 펼쳐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