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최고였던 아빠가 이젠 너무 싫어져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내 딸 서영이'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하루에도 몇 번씩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아빠가."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의 괴로운 심정은 똑같이 느껴본 사람 외에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어릴 때 최고였던 아빠가 변하고 망가져 괴물이 된 것을 보고 겪은 자식의 심정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사연을 올린 A씨의 글에도 이러한 괴로운 심정이 묻어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A씨에 따르면 어릴 때 그의 아빠는 '좋은 아빠'였다. 최고의 남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던 사업이 망한 뒤부터 아빠는 변하기 시작했다. 술이 취해 집에 들어와서는 가족에게 막말을 하고 물건을 던졌다. 심지어 죽여버리겠다면서 칼을 들고 오기도 했다.


끔찍했던 아빠의 폭언과 폭행은 A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A씨의 아빠는 술도 예전보다는 줄고 일도 하려고 하는 등 조금은 나아졌다고 한다.


대신에 A씨에게서 '돈'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갚겠다고 빌려 간 돈의 액수가 늘어나는 만큼 A씨의 스트레스도 쌓여만 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내딸 서영이'


그래도 A씨는 아빠에게 계속해서 돈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변하겠지'라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다.


인연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엄마를 생각하며 참고, 그렇게 좌절과 희망 사이에서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동안 A씨의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았다.


결국 그 상처와 분노, 괴로움 등은 아빠라는 존재 자체를 향하게 됐고, 그는 진심으로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나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동안 아빠가 가족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은 해도 괜찮지 않냐"며 이해와 위로를 구한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내 딸 서영이'


사연 글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괴로움을 모른다며 대체로 A씨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반응이었다. 


특히 '자기 일 같아서 글을 남긴다'는 한 누리꾼은 결국 극복해내고 행복해진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며 A씨를 비롯한 가정폭력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내일 같아서 댓글달아. 난 서른두살된 여자야. 우리아빠가 딱 그랬어. 사람 자체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는데, 술먹고 폭력성이 늘 심해지는게 문제였지. 불쌍한 엄마는 돈도 벌어야하고 폭력도 견디며 술상보는 게 일이었지. 가끔 엄마아빠 싸움 말리다 대들기라도 하면 머리채 잡히는건 일도 아니었어. 어릴 때는 내가 대학은 갈 수 있을까, 엄마랑 여행은 한 번 갈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지. 당장 내일이 학교 중간고사인데도 상관 안하고 집 떠나가라 소리지르며 폭력적인 아빠 앞에서 힘없던 나는, 엄마가 고통을 당하는 소리를 들으며 울면서 악으로 악으로 공부했어. 내가 그리고 엄마가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힘이 세지는 방법 뿐이었으니까. 울면서 악으로 공부해서 성적은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랐고 결국 좋은 성적으로 학교 졸업했어. 소위 말하는 sky 진학하고 대기업에도 입사했지. 그 과정에서도 아빠의 폭력과 괴롭힘은 끊이지 않았어. 남는 시간에는 과외를 잡을 수 있는만큼 잡아서 돈을 잔뜩 모았어. 회사도 내 적성과 관계없이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갔고. 결국 난 28살에 드디어 아빠에게서 해방됐어. 아빠로서 나에게 해준거라곤 창피한 유전자 물려준 것 밖에 없던 그 인간에게서 독립했어. 엄마랑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좋은남자 만나서 결혼도 했거든. 이제는 아빠가 가물가물 기억도 잘 안나. 내 인생에서 이런 날이 있을까 싶었지만 나는 결국 이뤄냈거든. 너는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졌듯이 내 어린시절 같던 사람들 모두 나보다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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