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만 골라 죽인 뒤 시체에 "후하하 죽였다" 새긴 연쇄살인범

인사이트KBS2 '오늘의 셜록'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핫도그를 유난히 좋아했던 7살 김현정 양은 '핫도그를 사 먹으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못했다. 


다음 날, 부산광역시 중구 동광동 용두산공원 산책로 인근 숲에서 어린아이의 시신 하나가 발견됐다. 


김 양이었다. 죽은 아이의 손발은 찢어진 속옷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복부에는 검정 사인펜으로 쓰인 낙서 하나가 있었다. 


"범천동 '이정숙'이가 대산공원에서 죽었다"


인사이트KBS2 '오늘의 셜록'


1975년 8월 21일 부산에서 김 양의 시신이 발견된 후 신원을 알 수 없는 '이정숙'이라는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더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식중독 내지 약물중독으로 죽어 있었으며 외상 흔적이 없어 타살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다. 


23일 밤 11시 부산 대교파출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내가 김 양을 살해했고 대양공고와 대양중학교 사이에서 그녀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분이 지나 다시 전화해 "수사 좀 잘해라. 그래서 나를 잡을 수 있겠나? '7698'이다. 7698. 복창해라!"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이 7698이라 말하자 그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인사이트1975년 8월 25일 동아일보에 실린 배준일 군의 모습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그제야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지만 전화가 온 지 단 하루도 지나지 않은 8월 24일 오후 7시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5살 배준일 군이 사라졌다. 


그의 시신은 다음날 부산 서구 충무동의 한 어시장 사과 상자 더미에서 발견됐고 역시 배 군의 몸에도 검은색 사인펜으로 적은 낙서가 있었다.


"후하하 죽였다"


이 한 문장에서 'ㅎ'의 필체는 모두 달랐다. 


인사이트1975년 8월 26일 경향신문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이 사건의 퍼즐이 맞춰진 건 바로 이정숙 때문이었다. 살인범이 죽였다고 말한 이정숙이 사실은 살아있던 것. 


이 양은 범인에게 목 졸림을 당했으나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극도로 불안에 떨어야 했던 이 양의 부모는 병원에 딸이 죽었다는 식으로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범인은 자신이 이정숙을 살해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범인이 경찰에 전화해 외쳤던 '7698'은 이 양의 집 전화번호였다. 


인사이트1975년 8월 26일 동아일보 기사에 실린 범인 몽타주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범인은 이 양의 목격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해 뿌렸으나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8월 25일 부산 진구 가야동에서 10대 여자아이가 30대 남성에게 끌려가 강간을 당했고, 26일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9살 여자아이가 30대 남성에게 끌려가다 어느 할머니의 목격으로 풀려났다. 


28일에는 동래구 우동에서 7세 남자아이가 끌려가다 이웃의 발견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모든 사건이 동일범이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었으나 부산에서 연달아 일어난 사건에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범인을 반드시 잡으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인사이트KBS2 '오늘의 셜록'


이후 부산에서의 유괴 사건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수많은 용의자가 체포됐지만 모두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게 시간은 15년이나 흘렀다. 


1990년 8월 20일 김 양 피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고 이어 24일 배 군의 시효 또한 만료됐다. '사인펜 살인마'는 그렇게 사람들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됐다. 


사건이 일어나고 44년이 지난 지금, 당시 범인이 나이가 30대였다면 그는 8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된다. 


그가 여전히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함께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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