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메르스로 격리된 아내를 보내는 남편의 ‘마지막 편지’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via 서울시 페이스북

 

메르스로 인한 격리로 얼굴은 커녕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져 마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 17일 중앙일보는 '코호트 격리' 중인 대전의 한 병원에서 60대 여성 환자 A씨가 가족들의 편지를 받게 된 사연을 보도했다.

 

A씨는 지난 4일 뇌경색으로 대전 을지대병원에 입원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병원 안에 꼼짝없이 '코호트 격리'됐다.

 

최근 병원으로부터 A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 B씨는 만날 수 없는 아내를 위해 편지를 준비했다.

 

아내에게 전하고픈 한 글자 한 글자를 눈물로 꾹꾹 써내려간 B씨의 편지는 16일 간호사의 입을 빌려 아내에게 전해졌다.

 

편지는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라는 말로 시작됐다.

 

B씨는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달라"며 편지로나마 고생만 해온 아내에게 깊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편지 말미에는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XXX" 라고 적어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간호사들 역시 터져나오는 눈물에 목이 메어왔다.

 

A씨는 남편과 아들, 딸의 편지를 들은 지 약 5시간 후인 16일 오후에 편안한 표정으로 숨을 거뒀다.

 

병간호를 해오던 A씨 가족 역시 메르스 격리 대상자이기 때문에 22일 격리가 풀릴 때까지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아영 기자 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