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파리 한국 대사관 ‘분향하려면 신분증 제시’...교민들 분노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진이 있었다. ⓒ파리꼬빵


노동절인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진을 한 후 분향소가 설치된 한국대사관을 방문하자 대사관 측이 '신분증 제시 및 신상 기재'를 요구해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에 사는 한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파리꼬빵'에 따르면, 바스티유 광장에서 열린 행진에는 한국 교민 50여명이 참여했으며 파리에 사는 한인들 뿐 아니라 보르도, 메츠 등 지역에 사는 한인들도 함께했다.

한겨례에 따르면 이 날 집회를 가진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은 지금 침몰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종이 유인물을 나눠주며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정부의 범죄였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바스티유 광장에서부터 나시옹까지 행진했다.

교민들은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하며, 끝없는 거짓발표를 하는 정부, 이를 받아 유포하는 보수언론의 행태가 지속되는 현장에 있던 학부모들이 급기야 대통령을 찾아 나섰으나, 경찰은 이들을 막아섰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간청하는 이들에게 돌아온 말은 빨갱이, 선동꾼이란 말이었다”다고 적힌 유인물을 나눠줬다.

또 “이 나라의 선장 노릇을 하고 있는 박근혜는 사고의 책임자들을 엄벌할 것이라고 말하며, 마치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한 심판자인 듯 탈출해 버렸다. 그녀의 태도에서 우린 승객을 남겨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았다. 우린 그녀가 최종 책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민들은 집회 참가 후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차려진 한국대사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대사관 측은 선뜻 문을 열어주지 않고 ‘책임자와 상의를 해야 한다’며 20여분을 길에서 기다리다 공지된 분향시간이 지나버렸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20여분 뒤 문을 연 대사관 측은  “시간이 이미 초과했으나 많이들 오셨으니 특별히 선처를 베풀겠다”며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상을 기재한 뒤 5명씩만 들어가라”고 했다.

이에 분노한 교민들은  “대사관 쪽이 공지한 분향 안내에는 ‘신분증 필참’이란 문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분향을 하기 위해 신분을 확인 받는 경우는 단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대사관 측은 분향소가 협소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으나 결국 교민들의 항의 끝에 서류에 신상명세를 적고 10명씩 들어갔다.

하지만 교민들은 대사관 측의 변명과는 달리 “분향소는 아주 넓기만 했다”며 “공무원들의 이러한 태도가 바로 오늘의 세월호 참사를 만든 것”이라고 꾸짖었다.

“해외교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대사관 직원들이 오히려 교민을 감시와 훈육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윗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노한 한 교민의 말에 대사관 직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한겨례 - “분향하려면 신분증 제시를” 파리 한국대사관 ‘황당’ 요구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