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당신 그리워요"···난생처음 글 배운 할머니가 떠난 남편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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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윤천순


꽃다운 시절 첫사랑 그 님에게

연애편지를 받았어요

글 모르는 까막눈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얼굴만 붉혔어요

세상 떠난 첫사랑이 그리우면

한글 몰라 읽지도 못한 연애편지

쓰다듬고 외로움 달랬어요

서러운 까막눈 세월 60년 보내고

한글자 한글자 열심히 한글 배워

님이 주신 연애편지 읽고 답장을 씁니다

기성아부지 답장이 늦어서 미안해요

앞으로는 내가 연애편지 많이 쓸게요

나도 당신 사랑합니다


인사이트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뒤늦게 글을 배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청년 시절 건넨 편지에 60년 만에 답장을 했다.


'오빠'였다가 '당신'이었던, 그리고 지금은 '기성 아버지'인 그는 윤천순 할머니 인생 속 단 한 명뿐인 남성이다.


연인이자 남편이고, 아이들의 든든한 아버지였던 그이는 윤 할머니보다 먼저 하늘로 떠났다.


할머니는 연애할 적 남편이 수줍게 건넨 편지를 차마 읽지 못했다. 글을 몰라 고개 숙인 채 얼굴만 붉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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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난 후에도 편지는 홀로 품에 간직하고 자식들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남편의 글자를 그저 손으로 쓰다듬어봤을 뿐이다.


오랜 후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이제야 '나'를 돌아보게 된 윤 할머니는 늦게나마 한글을 배웠다. 그렇게 '까막눈'을 벗어나 처음 읽은 남편의 편지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절절히 적혀 있었다.


윤 할머니는 60년 만에 남편이 있는 하늘로 '답장'을 보냈다. 남편 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외로움을 달랬던 윤 할머니는 수십 년을 쌓아온 할 말을 뒤로 한채 편지에 이 한마디를 남겼다.


"답장이 늦어 미안해요. 나도 당신 사랑합니다"


윤천순 할머니의 시 '연애편지'는 올해 열린 '제7회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전시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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