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하는 저를 본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라고 하네요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저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소위 '명문대'를 졸업했습니다. 전도 유망하다는 학과였지만 졸업 후에 벌 수 있는 연봉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학자금 대출로 빚은 쌓여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성공은커녕 연애도 결혼도 힘들 것만 같았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건 모두 옛말이었죠. 그러던 중 배달 대행 서비스가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땀 흘린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돈을 보고 있자면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밀려왔습니다.


배달 일을 5년간 하며 저는 빚도 모두 갚았고 아파트도 분양받았습니다. 내년에는 여자친구와 결혼도 약속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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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한 아파트에 배달을 갔다가 한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조금 슬퍼졌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저를 보고 9살쯤 돼 보이는 자신의 아들에게 말하더군요.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되는 거야.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속삭이는 목소리여서 저에게까지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한 말 같았지만, 정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렇게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땀 흘려 일하는 것의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 건 제 기분 탓일까요?


자신의 아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배달 일을 비하하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일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거나 반말로 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보다도 더 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실패한 인생일까요? 저는 공부도 잘했고, 지금도 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인사이트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시류를 읽지 못하고 일부 직업군을 '천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이 일을 통해 빚도 갚고 결혼도 하게 됐지만 사회적 시선 속에서 어려움은 여전하다.


명문대를 나온 그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이내 좌절하는 순간도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뉴스 헤드라인에서는 경비원, 청소노동자, 배달원이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중 배달원의 경우 1인 사업자로 취급돼 최저임금, 야근수당, 산재보험 등 노동자의 권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조합을 꾸려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와 인식 개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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