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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삼시세끼 '안성탕면'만 먹은 할아버지 집 앞에 어느 날 배달된 택배상자

'장협착증'으로 소화를 할 수 없고 음식을 먹는 족족 다 토해버리는 탓에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던 한 남성을 살린 것은 값비싼 보양식이나 약이 아닌 바로 '라면'이었다.

인사이트박병구(91) 할아버지 / 사진 제공 = 농심 


박병구 할아버지가 30년 넘게 안성탕면만 먹게 된 사연 장협착증, 죽을 고비에서 할아버지를 살린 건 바로 '라면'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장협착증'으로 소화를 할 수 없고 음식을 먹는 족족 다 토해버리는 탓에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던 한 남성. 이 남성을 살린 것은 값비싼 보양식이나 약이 아닌 바로 '라면'이었다.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반신반의하며 도전한 라면이 그에게 포만감과 기력을 선물한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그 어떤 음식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라면 한 젓가락을 목구멍으로 넘긴 이 남성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 이제 살았다."


죽을 고비에서 삶의 희망을 찾게 된 이 남성은 그 뒤로 라면만 찾았다. 현재까지도 그의 식탁에는 삼시세끼 라면만 올라오고 있다.


라면, 할아버지를 굶주림에서 탈피하게 하다 


인사이트(좌)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우) 농심 안성탕면 / 사진 제공 = 농심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박병구(91) 할아버지의 사연이다. 이유 있는 라면 사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 할아버지는 아직도 농심의 '안성탕면'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


8일 농심은 어버이날을 맞아 48년째 자사 라면만 먹는 박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 건강을 기원하는 선물을 전했다고 밝혔다.


농심의 선물은 박 할아버지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 준 라면이다.


박 할아버지와 라면의 연은 지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할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어떤 음식을 먹어도 바로 토했다.


주위에서 갖은 음식과 약을 권유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장의 통로가 좁아져 음식을 소화할 수 없는 '장협착증' 진단을 내렸다.


인사이트농심 '안성탕면' 끓이는 박병구(91) 할아버지 / 사진 제공 = 농심


어려운 형편에 수술도 했지만 박 할아버지는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늦장가를 가 책임져야 할 세 아이와 부인이 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장은 도통 음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연히 아무것도 챙겨 먹지 못하니 기력이 쇠해질 수밖에 없을 터. 그러던 중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홀린 듯 라면을 접했다.


놀랍게도 라면은 박 할아버지와 궁합이 잘 맞았다. 음식을 먹고도 부대끼는 것 없이 편안함을 느꼈다.


박 할아버지는 "거짓말처럼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함께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꼈다. 이제 살았다는 생각과 삶의 희망을 보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소고기라면→해피라면→안성탕면'으로 이어진 할아버지의 라면 사랑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라면의 맛을 알게 된 박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여러 라면을 먹었지만 농심 '소고기라면'만큼 맛있고 속도 편한 라면이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줄곧 소고기라면만 고집했고, 그 사랑은 '해피라면'에서 '안성탕면'으로 이어졌다. 박 할아버지가 언제부터 안성탕면을 접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안성탕면이 1983년에 출시됐고 해피라면이 1990년대 초에 단종된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30년 이상 안성탕면만 먹은 것으로 추측된다.


장 질환을 앓았던 박 할아버지가 별다른 부담감 없이 30년간 라면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된장'과 관계가 있다.


안성탕면은 시골 우거지장국에서 모티브를 얻어 된장으로 맛을 낸 제품이다. 따라서 여타 라면에 비해 구수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니기에 박 할아버지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안성탕면만 먹고 지켜온 박 할아버지의 건강 


인사이트사진 제공 = 농심


농심은 지난 1994년 당시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의 이장이었던 정화만 씨의 제보로 박 할아버지의 소식을 접하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박 할아버지에게 전달된 안성탕면은 총 900여 박스에 달한다.


지금도 화천지역을 담당하는 농심 영업사원은 3개월마다 한 번씩 할아버지 댁을 찾아 안성탕면 9박스를 놓고 간다.


망백을 맞은 박 할아버지는 노환으로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한 상태다. 본인이 직접 라면을 끓이고 짬이 나면 텃밭 관리도 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농심


대신 식사량은 줄었다. 젊었을 때 한 끼에 두 봉씩 먹던 라면은 이제 한 봉으로 줄었다. 2~3년 전부턴 라면을 잘게 부순 뒤 뜨겁게 조리해 숟가락으로 천천히 떠먹는다.


비록 조리법은 과거와 다르지만, 박 할아버지의 배를 채워준다는 점은 동일하다.


반 육십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박 할아버지에게 포만감과 기력을 선사해주고 있는 라면. 할아버지가 안성탕면을 드시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본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농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