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별세와 동시에 '위기' 맞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조씨 일가 지배구조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 나와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8일 조양호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한진그룹의 지배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조 회장이 지니고 있던 지분에 부과될 수천억원의 상속세 해결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가운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오른쪽) / 뉴스1

금융투자업계, 조 회장의 주식 지분 상속세 2천억원 넘길 것으로 전망 

조 회장은 한진칼 보통주 지분 17.84%, 우선주 2.40%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보통주 0.01%, 우선주 2.40%), 한진(보통주 6.87%), 정석기업(보통주 20.64%), 토파스여행정보(보통주 0.65%), 한진정보통신(보통주 0.65%) 등도 보유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에 따른 조 회장의 주식 지분 상속세가 자그마치 1,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 회장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가치는 약 3,454억원이며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 회장의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기에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이 포함되면 상속세만 2천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사진 제공 = 대한항공 

조 회장의 세 자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상속을 대비해 현금으로 재원을 마련해놨다면 문제가 없으나 그것이 아니라면 상황이 다소 어려워질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관측이다.

조씨 일가가 상속세를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사진 제공 = 대한항공 

한진칼 2대 주주 KCGI의 목소리 더욱 커질 수도 

상속세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경우 조씨 일가의 한진칼 지분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며, 반대로 지분 및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의 목소리는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씨 일가의 '복병'으로 떠오른 KCGI는 한진칼 주식을 13.47% 보유하고 있다. 

KCGI는 그동안 정관변경이나 감사선임 등 그룹 지배 구조 개편을 추진해왔으며, 앞으로도 지배 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0.03%, KCGI 및 국민연금의 합산 지분은 20.81%로 나타나 조 사장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상속세 관련 할증 및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과 관계없이 단순 지분 기준으로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견고해 보이던 조씨 일가의 지배 구조와 관련해 한순간에 '위기론'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조씨 일가가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