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알코올계의 타노스"…기억의 절반을 증발시킨다는 '전설의 양주'

인사이트롯데주류 '캪틴큐' / (좌) Youtube 'Jcdiscov M', (우) MBC '뉴스투데이'


'숙취 없는 술'이라고 소문난 '캪틴큐'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기억의 절반을 제거하는 '알코올계의 타노스'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신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강력한 술이라며 과거에 판매되던 한 양주가 재조명되고 있다.


왕년에 술 좀 마셨다 하는 주당도 'KO패' 선언을 했다고 전해지는 술은 바로 롯데주류의 '캪틴큐'다.


캪틴큐를 마셔본 누리꾼은 "저렴해서 소주랑 같이 먹었는데 다음날 지하철 바닥에서 잤다", "대학 새내기 때 (캪틴큐를 마신) 친구가 학교 정문 옆 풀밭에서 잠든 채 발견됐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한 누리꾼은 "누가 그러더라, 친구가 저 술 마시고 손가락이 9개뿐이었다"며, "1개는 안주로 씹어먹었다더라"고 섬뜩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인사이트

롯데주류 '캪틴큐' 광고 / Youtube 'Jcdiscov M'


1980년 출시된 캪틴큐


롯데주류(당시 롯데주조)는 지난 1980년 고급술이라고 여겨지던 양주를 형편이 넉넉지 않은 서민도 즐길 수 있도록 '대중 양주' 캪틴큐를 출시했다.


정통 위스키는 아니지만 증류주에 알코올과 향료를 첨가해 위스키와 비슷한 맛을 냈다.


중독성 있으면서도 저렴해 캪틴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캪틴큐는 한 병에 3천원 안팎이었으며, 수입 양주의 5분의 1 가격이었다.


다만 도수가 40%나 돼 아무리 주당이라 하더라도 이를 마신 다음날은 지독한 숙취로 일어나질 못했다고 알려진다.


인사이트SBS '8뉴스'


35년 만에 생산 중단한 갶틴큐 


그러나 지난 2015년 이 술은 아쉽게도 3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 캪틴큐가 가짜 양주 생산에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서다.


당시 유흥업소 등은 마시다 남은 술에 캪틴큐를 넣어 다시 병을 채우는 등의 수법을 일삼았다.


롯데주류는 국민 건강을 해치고 지하경제의 배만 불린다는 오명을 쓰게 됐고, 결국 타제품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까 하는 우려에 캪틴큐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인사이트롯데주류 '캪틴큐' 광고 / Youtube 'Jcdiscov M'


애주가 사이서 '전설(?)'로 남은 캪틴큐


한동안 술을 사랑하는 컬렉터는 캪틴큐를 구하러 다녔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끝물에 생산된 캪틴큐는 사람의 왕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슈퍼에서 팔고 있다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다.


'추억의 술'로서 애주가 사이에서는 캪틴큐에 대한 재출시 요구가 은근한 상황. 그러나 롯데주류는 재출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재출시를 염두에 뒀다면 애초 생산을 중단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