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발생 15일째인 30일, 희생자 5명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사망자수가 210명으로 늘어났다.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는 92명이다.
사고가 발생한지 15일이 되었지만, 사고 수습 및 경위를 파악하기는커녕, 갖은 의혹에 국민들의 불신만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참사와 관련하여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를 비롯하여 선박직 15명이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청해진 해운의 실 소유자인 전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 일가를 차례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세월호 선장 이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5조의 12), 형법상 과실선박매몰(186조), 유기치사(275조), 수난구호법·선박법 위반 등의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으로는, 이 참사의 본질적인 원인이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를 담당했던 공무원 역시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고원인은 부실한 관리감독, 공무원은 무죄?
하지만, 과거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대형 참사를 일으켰던 사례를 살펴봤을 때, 담당 관료, 공무원이 실형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지난 2월 대학생 9명과 이벤트사 직원 등 1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04명의 부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두 달 만인 지난 18일 구속 기소 6명을 포함해 총 1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민간인으로, 총체적 관리 부실이라는 사고 원인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해당 체육관이 국토부 규정에 따라 공무원이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명시적인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의 대형사고 발생시 내려졌던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대형참사 책임자로 처벌받은 대표적인 인물은 故 이준 전 삼풍건설산업 회장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502명의 사망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업무상 횡령,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치상, 뇌물공여 등 4가지 혐의로 1995년 7월 26일 구속 기소됐다.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 젠 회장이 삼풍백화점의 각종 인허가와 관련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사고 당일에도 백화점 붕괴 위험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당시 12명의 공무원이 기소됐지만, 이 중 직접 뇌물을 받은 이충우 전 서초구청장 등 2명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 국내 사법체계가 죄형법정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는 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직무유기 등으로 중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이들이 민사적 책임을 묻고자 소송을 내더라도 이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올해 초,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 600명이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은행과 회계법인에 218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지만, 금감원과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1993년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사고는 한도를 두배 이상 넘긴 과다 승선이 결정적 원인이었지만, 이를 눈감아주고 허위로 안전점검 일지를 작성하거나 사고 후 과적증거 서류를 파기한 군산해운항만청 공무원 4명은 전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서 실형을 받은 공무원은 단 1명이었다.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 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등 그간 일어났던 대형사고는 총체적인 관리감독의 부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어왔으나, 실제로 감독관청이나 담당 공무원이 형사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판례를 보더라도, 직무수행 과정에서 뇌물을 받는 등 불법행위 정황이 직접적이고 명확한 경우에만 실형이 선고된다. 담당 관청 및 공무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도의적 비난을 할 수는 있어도 형사 처벌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관용적인 법원판례
공무원들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법원의 판결 경향이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70-80년대는 산업화 시대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던 시기였다. 법원의 관대한 판례는 당시 무리한 업무 추진으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일이 책임을 물어 산업화에 제동을 걸 수 없다는 이유에서 나왔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사상 책임 역시 더 엄히 지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면위로 떠오른 ‘官피아’는 책임 질 일 없는 공무원들이 서로 이권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행정적 기준에 위반되지 않았다고 면책시킬 것이 아니라,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데에 따른 명확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담당 공무원 한 사람 뿐 아니라, 국가가 제대로 관리감독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언제 어디서고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