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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인해 나는 2년 동안 따뜻한 봄 속에 지냈다"…누리꾼들 울린 어느 남성의 글

한 남성이 사랑하는 이를 떠내보낸 뒤, 그녀를 추억하며 작성한 편지가 공개돼 보는 이들까지 울리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눈이 부시게'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행복해서 울던 때가 참 좋았는데. 다시 그럴 수 있을까"


누군가가 사랑하던 이와 헤어졌다. 오래라면 오래, 짧다면 짧을 2년간의 뜨거웠던 추억이었다.


차갑고 이성적이기를 추구했던 자신과 달리 감성적이고 따뜻했던 상대. 한 번도 잘 맞은 적이 없어 싸움을 반복하곤 했지만 언젠간 나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결국, 계속되는 싸움에 지친 상대방은 이별을 고했다. 그는 떠나는 상대를 잡으려 무작정 매달려보기도 하고, 헤어지지 않으려 버텼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돌이켜보면 볼수록 상대방이 힘들었던 이유가 선하게 보였고,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 깨달은 그는 차마 당사자에게는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어 내려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눈이 부시게'


"난 아직까지 우리가 처음 서로를 알게 된 그날이 새록새록 해."


글을 게재한 그는 2년 전 상대를 처음 만나던 날을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불러서 잠깐 들린 자리에서 존재 자체만 알고 있던 그녀를, 부끄러움이 많아 친해지려고 다가가지도 못했던 자신을 아직도 가끔씩 떠올린다며 말이다.


여전히 그의 눈앞에는 축제 기간 함께 소리치던 상대의 모습이, 시험기간 잠깐 틈을 내 기숙사 앞 벤치에 함께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던 모습이, 수업을 함께 들으러 가던 모습이 아른거렸다.


행복함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에게도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뻔한 클리셰 소설처럼 갈등이 생겨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이별은 생각보다 아프고 쓰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후아유'


글을 쓰던 전날, 그는 길을 걷다가 나무에 예쁜 꽃이 피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바람에 그 꽃은 한참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결국 떨어져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녀도 꽃과 비슷했을까. 마치 따뜻한 봄 온기에 활짝 피던 꽃을 아직 가시지 않은 추운 겨울바람의 냉기가 괴롭히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너를 못살게 굴어서 너는 버티고 매달려있기 지쳐 결국 떨어지기를 선택한 게 아니었을까."


부끄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고, 자존심 세우느라 의견을 더 세게 밀고 나갔던 그의 행동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깨달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그가 그동안 상대에게 줬던 상처가 얼마나 많았는지도 깨달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후아유'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이해를 바라고 배려를 해주길 바랐던 당시 행동이 너무나도 후회됐다. 


그녀를 만난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몰랐던 그때가 말이다.


"세상은 이제 따뜻한 봄기운으로 가득한데, 나는 왜 여전히 추운 겨울일까."


상대방이 자신의 세상에서 사라진 이후에서야 그는 알아차렸다.


"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던 건 너의 사랑이었겠지 아마. 그것이 곧 나를 향한 마음의 온도이지 않았을까."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제3의 매력'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기억은 어찌어찌 결국 사라지겠지만 그의 마음 한편엔 여전히 그때 그녀와 나눈 추억이 남아있다고 한다.


봄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꽃 같던 그녀. 그는 따뜻한 봄바람이 돼 멀리서라도 그녀를 바라보려 한다.


아래는 해당 글의 전문이다. 오늘(1일) 한 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공유된 글쓴이 미상의 이 절절한 글은 많은 누리꾼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오랜만에 맑고 깨끗한 봄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감성에 젖어 시집을 꺼내 읽었어.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이름부터 아름다운 시집이라 항상 가지고 다녔지.

나만의 꽃이던 너는 어디로 떠났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 첫 페이지를 넘겼어.

첫 작품은 ‘내가 너를’이더라. 너한테도 추천했던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시.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를 위해 지어진 시일까, 어쩜 나를 이렇게 잘 알까.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사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워하지 않게 되는 그날까지 이 심정이지 않을까.

사실 너와 나는 오래라면 오래, 짧게라면 짧게 만났어. 약 2년간의 시간 동안 많은 얘기도 나누고 추억도 만들었어.

난 아직까지 우리가 처음 서로를 알게 된 그날이 새록새록 해.

존재 자체만 알고 있던 너를, 부끄러워 친해지려고 다가가지도 못했던 나를 아직도 가끔은 떠올려.

4월 어느 날, 친구들이 불러서 잠깐 들른 자리에서 매우 사소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너와 연락을 시작했지.

생각보다 우리는 빨리 가까워졌어.

대동제 기간에도 같이 있고, 입실렌티에서 같이 응원도 하며 우리는 더 가까워졌지.

어쩌다 보니 6월이 되어 첫 기말고사 준비를 하며 정신없던 우리였는데, 밤에 기숙사 앞 벤치에 함께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다 우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지.

우리 둘 다 집은 가까웠기에 1초라도 더 볼 수 있었고, 수업도 같이 들으며 행복함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냈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가끔 여행도 다니면서 말이야.

하지만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나 봐. 뻔한 클리셰 소설처럼 갈등이 생겨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기 시작했어.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기는 해. 너 또한 나와 동의했듯이, 너와 나는 한 번도 잘 맞은 적이 없었거든.

너는 매우 감성적이고 따뜻한 사람이었던 반면에, 나는 차갑고 이성적이기를 추구하는 사람이었어.

참고 참다가 결국 서로에게 맞춰주기 힘들어진 거겠지.

어제 길을 걷다 보니 나무에 예쁜 꽃이 피려고 하는데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더라. 그 꽃은 한참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결국 떨어져서 꽃을 피우지 못했어.

너 또한 그랬던 걸까. 마치 따뜻한 봄 온기에 활짝 피던 꽃을 아직 가시지 않은 추운 겨울바람의 냉기가 꽃을 괴롭히던 것처럼…

내가 너를 못살게 굴어서 너는 버티고 매달려있기 지쳐 결국 떨어지기를 선택한 게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너는 나에게 우리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얘기를 꺼냈던 거겠지.

그제서야 나는 무작정 매달렸어. 하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더라.

시간을 가지는 동안 나는 우리 이야기를 되감아봤어. 돌이켜보면 볼수록 네가 힘들었던 이유가 선하게 보이더라.

부끄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고, 자존심 세우느라 의견을 더 세게 밀고 나가고.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이해를 바라고 배려를 해주길 바랐던 내가, 뭐가 부끄럽고 무슨 세울 자존심이 있다고 그랬을까.

너를 만난 게 얼마나 행운인지도 모르고, 나를 위해서라면 세상의 비까지 같이 맞아주던 네가 얼마나 고마운지도 모르고.

힘들고 아플 때 항상 내 곁을 지켜주던 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에게 공감해주던 너.

당신이 힘들어도 내가 힘들어할까 걱정하며 말을 삼키며 꾹 견뎌야 했던 너.

이렇게나 큰 행운을 더 이상 내 곁에 머무르게 할 수 없어 슬프고 또 슬프다.

세상은 이제 3월로 접어들면서 따뜻한 봄기운으로 가득한데, 나는 왜 여전히 추운 겨울일까.

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던 건 너의 사랑이었겠지 아마. 그것이 곧 나를 향한 마음의 온도이지 않았을까.

가끔씩 눈물이 흐르기도 해. 하지만 이 눈물의 의미는 많이 달라졌더라.

행복해서 흘리던 눈물이, 이제는 후회와 슬픔만이 남아 천천히 흐르더라.

행복해서 울던 때가 참 좋았는데. 다시 그럴 수 있을까.

많이 구질구질하다. 그냥 갑자기 의식의 흐름대로 써본 글이야.

나는 마음속으로 잘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렇지 않을 거라 다짐했는데.

미안해. 그러기가 쉽지가 않아.

그래도 난 참 다행이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거든.

너로 인해 나는 2년 동안 따뜻한 봄 속에 지냈거든.

따뜻한 봄 속에서 지내는 게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지금 내게 다가온 차가운 겨울은 한없이 춥고 외롭다.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마음이겠지. 하지만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후회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기억은 어찌어찌 결국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함께 나눈 추억은 내 마음속 한편 어딘가에 끝내 남아있을 테니까.

비록 아직은, 사실 언제까지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안 괜찮아도 스스로 거짓말하며 문제없는 척 지내볼게.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올까?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지 못하더라도, 너는 꼭 봄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남아있어 주길 바라.

내가 따뜻한 봄바람이 되어 어디선가 멀리서라도 널 바라볼 수 있도록.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