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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질주하는 오토바이 배달기사 때문에 오늘도 죽을 뻔 했습니다"

30대 여성 김 씨는 최근 5살 딸과 인도를 걷다가 불쑥 나타난 오토바이 때문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인사이트인도를 주행 중인 오토바이 배달기사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30대 여성 김 씨는 최근 5살 딸과 인도를 걷다가 불쑥 나타난 오토바이 때문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김 씨는 "오토바이는 딸아이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가슴 철렁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사과도 없이 제 갈 길을 간 배달기사에 분통을 터뜨린 김 씨는 "요즘에는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의 위험한 질주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발견한다"며 "배달 시간에 쫓기는 점은 이해하나 이럴 때마다 짜증이 폭발한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역주행 중인 오토바이 배달부 / 뉴스1


지입제 배달기사가 늘어나면서 더욱 늘어난 배달기사들의 인도 주행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의 인도 주행 중 사고는 129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의 인도 주행은 '지입제' 계약이 늘면서 더욱 성행했다.


지입제 계약이란 고정 급여가 아니라 배달 건수에 따라 기사의 수입이 결정되는 방식을 뜻한다.


월급제나 파트타임에 비해 '능력껏' 수입을 올릴 수 있어 배달기사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또한, 몇 년 간 배달 앱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밀려드는 주문량 처리를 위해 지입제 기사 모집은 배로 늘었다.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시민들 목숨 위협하며 운전하는 오토바이 배달기사 안전관리해야 할 대행업체는 나몰라라 뒷짐, 경찰은 "단속 어렵다"


그런데 우후죽순 늘어난 지입제 배달기사들 사이에서 '신속함' 경쟁이 과열되며 문제가 발생했다.


건당 수수료에 목매는 배달기사들이 더 많은 콜을 소화하려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교통법규와 안전은 뒷전으로 물러난 것이다.


헬멧 미착용, 인도 주행, 횡단보도와 중앙선 침범 등 범법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것을 쉽사리 볼 수 있다.


무법 질주는 증가하는 반면 배달기사들의 안전 관리를 해야 할 대행업체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일부 대행업체들은 헬멧 미착용 시 수수료를 감면하는 정책을 쓰지만, 단속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심지어 배달업체들은 오히려 "잘 하면 돈을 많이 가져간다"며 속도 경쟁을 부추긴다.


실제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지입제 배달기사를 모집하며 "능력껏 월 최대 800만원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글이 게재됐다. 


인사이트횡단보도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배달기사들 / 뉴스1


여기에 오토바이 배달기사의 인도 주행 단속을 소홀히하는 경찰과 지자체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찰 측은 "인도 주행하는 오토바이를 단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적발을 해도 금방 도망가 범칙금을 부과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 오토바이 인도 주행으로 인한 사고는 매해 100건 이상씩 꾸준히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지만 경찰의 단속 건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전문가들 "경찰 단속이 배달기사의 인도주행 줄이는 길" "배달기사 스스로 심각한 범법행위임을 인정해야 해"


전문가들은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의 위험한 질주를 멈추려면 경찰들의 단속 강화와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의 배달노동에 대한 안전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배달 기사들의 인도 주행 시 사고를 내면 5년 이하 금고,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 중과실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 누구도 배달기사과 시민의 안전을 제대로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안전 캠페인 등) 계도·계몽으로 해결하려면 진작 해결됐을 것. 실질적인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 배달대행업체가 늘어날수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단속을 강화하고 외국처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한국은 흔히 배달 천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배달 천국의 민낯은 부끄러웠다. 배달을 하기 위한 기사들과 시민들의 목숨이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처벌 강화,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 가이드라인, 오토바이 배달기사의 안전 교육 등 다방면의 변화가 이뤄져야 시민들도 살고 배달기사의 위험한 질주를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