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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정치인의 아이를 낳은 여성이 '무차별 총격'에 사망하자 검찰은 친오빠를 범인으로 몰았다"

서울 시내의 고급 요정 선운각의 종업원이었던 26살의 여성 정인숙은 1970년 오늘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근처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1970년 오늘(17일) 밤 11시경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근처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가장한 총격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는 여성 1명이었다. 함께 있던 그녀의 넷째 오빠 정종욱은 허벅지 관통상을 입었으나 생존해 있었고, 길을 지나던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사망한 여성은 당시 서울 시내의 고급 요정 '선운각'의 종업원이던 26살 정인숙이었다. 


그녀는 1960년대 후반 일반인들은 쉽게 할 수 없는 해외여행도 다녀올 만큼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이다. 


인사이트피격 당시 정인숙 / 온라인 커뮤니티


명지대학교 중퇴 후 선운각의 호스티스로 일했던 그녀는 사망 당시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3살 된 아들 하나가 있었다. 


유력 정치인이 아버지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중에서도 당시 국무총리였던 정일권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이는 정치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큰 스캔들이 됐다.


일부 시민들은 나훈아의 노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개사해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으신다 할 것 같으면 청와대 '미스터 정'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노래를 불렀다. 


인사이트정인숙과 그녀의 아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수사 과정에서 그녀의 소지품이 발견됐다. 소지품 중에서는 정관계 고위급 인사 26명의 명함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국무총리 정일권, 주 일본 대사 이후락(이후 중앙정보부장), 전 중앙정보부 부장 김형욱, 대통령 경호실장 박종규 등의 명함이 포함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관·차관급 인사들, 국군 장성, 재벌그룹 회장, 국회의원들까지 권력 실세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쏟아졌다. 


명함 속 인물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해졌다. 언론은 그녀가 선운각 종업원이며 숨겨진 아들이 하나 있고, 당시 유력 정치인들이 선운각을 드나들었다고 전했다. 


그녀가 사망하고 1주일 후,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검찰은 총상을 입었던 그녀의 넷째 오빠 정종욱이 살해범이라고 지목했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그러나 그녀를 쏜 총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검찰이 말한 증거는 오로지 정종욱의 '자백'뿐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종욱을 두고 '권세가들에게 희생된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정인숙 살해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살아있던 정인숙의 아들 정성일은 외할머니로부터 "네 아버지는 정일권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며, 1991년 정일권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했다. 


하지만 정일권은 소송 중에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정성일의 소송은 유야무야됐고, 그녀는 여전히 권력에 의해 희생된 비운의 여인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