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열여덟 살에 전쟁터서 숨 거둔 故 한병구 일병이 69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 사촌과 함께 군에 자원입대했던 고(故) 한병구 일병이 69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한 일병의 동생 집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희생한 고인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에 돌려드리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허욱구 유해발굴감식단 단장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서 한 일병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신원확인통지서와 위로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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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8월에 태어난 한 일병은 지난 1950년 12월 29일 동갑내기 이종사촌이었던 장명수옹과 함께 자원입대했다. 당시 그의 나이 열일곱 살이었다. 


대구 1훈련소에서 기초 훈련을 받은 그는 육군 제9사단 전차공격대대에 배치됐다. 


그가 집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1951년 1~2월, 강원도 양구군에서는 밀려오는 중공군의 공세를 막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한 일병은 당시 춘양·장성·하진부리 진격 작전과 정선 전투 등에 참전해 임무를 수행하다가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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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해는 2016년 9월 7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월운리 수리봉 940고지에서 발견됐다. 940고지는 1951년 8월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피의 능선'이라고도 불리는 격전지였다. 


이곳에서 한 일병의 전투화 바닥과 녹슨 버클 등이 발견됐다. 하지만 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없었고, 유전자 시료도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일병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그의 동생이었던 한병렬씨였다. 그는 지난 4월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6.25 전사자 유가족 DNA 시료채취부스를 보게 됐다.


그곳에서 분석에 필요한 세포를 떼어낸 병렬씨는 지난 2월 결국 형의 유해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형이 집을 나간 지 69년 만이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유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한 일병의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