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목)

"저 아저씨가 저 성폭행했어요" 일방적 진술 하나만으로 '징역 6년' 선고받은 남성

인사이트KBS2 '제보자들'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성폭행 무고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아버지는 결백을 믿어준 딸 덕분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지난 4일 KBS2 '제보자들'에서는 '3년 만에 드러난 성폭행 누명의 진실'이라는 소제목으로 미성년자 성폭행 무고를 당한 남성의 사연이 다뤄졌다.


방송에 따르면 미성년 장애인 성폭행 혐의로 복역하던 A씨는 3년 만에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경찰과 법원도 외면한 진실을 밝혀낸 건 그의 둘째 딸이었다.


2015년 12월, A씨는 사업을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전라남도의 한 마을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 A씨는 여덟 가구가 모여 사는 빌라의 1층에 살았다.


그런데 2015년의 마지막 날, 갑자기 2층에 사는 여성이 달려와 "당신이 내 조카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2층에는 지적장애 2급인 미성년자 B양과 그의 고모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인사이트KBS2 '제보자들'


당시 피해자 B양 측은 "김씨가 B양 혼자 집에 있는 틈을 타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왔다. 집에서 총 3차례의 성폭행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B양을 2차례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기도 했다"며 "범행 후에는 꼭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결백을 호소했지만, 검찰과 법원은 A씨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법원은 A씨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 했다. 결국 A씨는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아버지의 결백을 믿은 A씨의 둘째 딸은 사건을 추적하다가 B양에게 과거 다른 성폭행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두 A씨의 무고 사건과 유사했다.


또 B양 측의 진술이 여러 번 번복됐다는 점도 수상했다. 차량 내부 내비게이션 위치를 다르게 기억하기도 했고 범행 장소로 지목된 모텔은 당시 영업 중단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된 것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가 6세 아동의 지적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인사이트KBS2 '제보자들'


이어 "보통의 성인 피해자도 전체적인 진술은 일관되게 하지만 세부사항은 달라진다"며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는 게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딸은 경찰의 조사과정에도 의문을 품었다. 그 결과 경찰이 CCTV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후 딸은 피해자 B양도 직접 만났다. B양은 딸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이 흔들려 하나 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B양에 따르면 B양은 고모의 집에서 살게 된 14살 이후로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성폭행 가해자는 고모부였다. 


B양은 A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고모가 시켰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애인 센터나 감옥에 보낸다고 말했다"고 고백했다.


인사이트KBS2 '제보자들'


결국 A씨 가족의 부탁으로, 피해자 B양은 2심 재판에 나와 모든 사실을 폭로했다. B양이 말한 피해 내용은 가해자만 달랐을 뿐 모두 사실이었다. B양의 고모부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방송에서는 2심 재판 전 박씨 남편과 고모부의 통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고모부는 "(B양) 말이 맞고 아내도 안다. 그래서 이혼 얘기도 나왔었는데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범행을 시인했다.


반면 고모는 "나도 피해자고, 거짓말을 강요한 적이 없다. 남편이 성폭행한 것도 몰랐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1월 30일 A씨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드디어 무죄를 판결받았다.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은 딸이다. 사법기관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은 나의 결백을 아내와 딸들이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8일 A씨의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관련 내용 청원을 게시했다. A씨 아내는 "초동수사에 실패한 경찰에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인사이트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