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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닌 '개인적 신념'도 양심적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한 법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종교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종교적 신념이 아닌 다른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최초로 나왔다. 


비폭력·평화주의 등 '개인적 신념'을 양심으로 법원이 처음 인정한 것이다. 


지난 18일 수원지법 형사 5단독(이재은 부장판사)은 14일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앞서 A씨는 현역 군 복무를 마친 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차례의 예비군 및 동원훈련에 불참했다.


검찰 측은 병력 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받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에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 제90조 등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랐고 이는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라고 반박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A씨는 현역 복무는 완료하고, 예비군 및 동원훈련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병역거부자와는 조금 달랐다. 


또한 그간 대부분 병역거부자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는 점과도 차이가 있었다. 


지난 2000년 이후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약 80명. 이들 모두 무죄 판결을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과거 판례에 국한된 판결을 하기보다는 A씨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를 먼저 확인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심리 결과, 재판부는 A씨의 병역거부가 양심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병역거부 처벌의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병역거부는 양심에 의한 것이고, 병역거부 처벌의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 폭력적 성향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로 인해 자신과 어머니가 늘 폭행을 당했고,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 뒤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며, 그 행위가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원래는 현역 입영도 거부하려 했지만, 어머니와 주변 친지들의 설득으로 입대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하지만 A씨는 군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적에게 총을 쏠 수 없는 자신이 전우들과 함께 군 생활을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회관관리병으로 자원해 근무했다.


2013년 2월 제대한 A씨는 예비역에 편입됐지만 이제 더는 양심을 속일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모든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A씨는 수년간 수십회의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됐고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재판부는 "A씨의 신념 형성 과정이 상세하고 구체적"이라면서 "사회적 비난과 정신적 고통,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예비군 훈련 거부로 인해 생기는 불이익이 예비군 훈련에 응해 생기는 기간·육체·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A씨는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요청하고 있다"며 A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가 양심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감옥에 가더라도 총은 잡을 수 없다는 A씨의 마음이 '개인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