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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사라진 '배달 떡볶이' 냄새 추적해 '맥북' 훔쳐갔던 범인까지 잡아낸 누리꾼

A씨는 며칠 전, 집 앞에 놔달라고 했던 '맥북' 택배가 없어진 데 이어 배달 떡볶이마저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한국의 주택 중 75%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다.


많은 이들이 이웃들과 벽 하나를 두고 사는 만큼 공동주택에서는 이웃 간 다양한 문제가 벌어진다.


층간소음, 단지 내 흡연, 택배 도난 등의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중 택배 도난은 범인 한 명 때문에 주변 이웃을 모두 의심하는 상황을 만들어 더욱 더 악질적이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맥북 훔쳐 간 도둑들 잡았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글쓴이 A씨는 경비실이 없는 5층짜리 빌라에서 사는데, 며칠 전 택배를 도난당했다. 그 택배는 무려 '맥북'이었다.


알바를 하던 중 "택배 왔다"는 전화에 "집 앞에 놔주세요"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왔지만, 택배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경찰에 즉각 신고한 뒤 현관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는데, 그 CCTV가 가짜라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 얻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A씨는 결국, 맥북을 잊기로 했다. 다른 집을 일일이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다. 그런데 지난 밤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A씨는 지난 밤, 평소 퇴근 시간에 맞춰 떡볶이를 집으로 배달시켰다. 집에 도착하면 딱 배달올 수 있도록 주문한 것이다.


그날따라 알바 교대생이 늦었다. A씨는 평소보다 약 5분가량 집에 늦게 가게 됐다. 집에 가는 도중 "배달 왔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찝찝했지만 "집 앞에 놔주세요"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 앞에 도착하니 '이번에도' 떡볶이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떡볶이 냄새는 나는데, 떡볶이는 없다는 게 A씨는 너무도 이상했다. 같은 층 주거자의 소행이라 여긴 A씨는 두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Instagram 'loveyupdduk'


301호는 반응이 없었다. 현관에 귀를 대보아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303호 초인종을 누르기 전, 현관에 귀를 대니 TV 소리가 났다. 하지만 초인종을 눌렀을 때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저 302호인데요. 집에 계신 거 다 알아요. 잠깐 나와보세요"


그제야 303호 남자는 얼굴만 빼꼼히 내밀며 "왜요?"라고 말했다. 그때 떡볶이 냄새가 코를 강하게 찔렀다. 


A씨는 그를 떡볶이 절도범으로 확신하고 따져 물었지만 "아닌데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스타의 연인'


그 남자가 문을 '쾅' 닫자마자 A씨는 경찰에 즉각 신고했다. 설명을 들은 경찰이 303호 초인종을 눌렀다.


303호는 당황했고, 경찰은 정중하게 확인을 요청했다. 역시(?) 원룸 한가운데 식탁에는 배달 떡볶이 일회용 그릇이 떡하니 있었다.


그는 "내가 시켰다"고 둘러댔지만, 경찰이 A씨의 집 호수 번호인 '302호'가 적힌 영수증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때, 식탁에 '맥북'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떡볶이는 슬쩍한 게 맞다. 정말 죄송하고 돈을 드리겠다. 하지만 맥북은 절대 훔치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A씨는 곧바로 그 집 분리 수거통을 뒤졌고, A씨의 이름이 적힌 운송장이 붙은 맥북 포장 박스를 발견했다.


모든 증거는 303호의 '절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A씨는 사법당국에 문제 해결을 맡겼다고 한다. 고소장도 함께 제출했다고 한다.


A씨는 "범인 못 잡을 줄 알았는데 결국 잡았다"면서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결말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사람의 것을 함부로 건드리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사연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설마 303호가 그렇게 많은 빈틈을 가지고 범죄를 저질렀겠느냐는 것이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한편 위 사연과 같은 공동주택 택배 도난 사례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건을 배송하는 택배 기사들도 이런 도난 사례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고충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낮 시간대 가정집은 부재중인 경우가 많아 택배 주인이 원하는 곳에 물건을 보관해 두지만, 택배 기사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경찰은 "도난 사건이 생기면 재발 방지를 위해 신고할 것을 당부한다"며 "공동주택의 현관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는 것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