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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끝낸 이들이 읽으면 눈물 펑펑 쏟는다는 시 4편

실연을 당한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 몇 편을 소개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남자친구'


[인사이트] 김천 기자 = 눈물이 흘렀다. 터져 나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었다. 부끄러움 따윈 없었다. 쏟아지는 눈물은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등 돌리는 널 붙잡았다. 눈 한번 보지 않고 뿌리치는 네 손길에 내 팔은 갈 곳을 잃었다.


뚜벅뚜벅 소리가 멀어져 간다. 잔인한 그 소리는 곧 그쳤다. 너에게서 듣는 마지막 소리였다.


이별을 경험하고 홀로 골방에 틀어박혔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쥐어짜는 듯한 아픔이 가슴 속에 사무쳤다.


그동안 수없이 읽었던 시 몇 편이 내 마음을 대변하듯 머릿 속에 스쳤다.


멀어지는 길, 김한슬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동주'


품 안 가득

당신을 안고 있을 때에는

그저 기억 속 당신만이 보였는데


우리가 딱 팔 길이만큼

멀어져 보고 나니

이제야 왜곡 없는 당신이 보이는군요


더듬더듬 눈으로 좇은 당신마저도

여전히 아름다워

나는 이토록 속이 쓰렸습니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이정하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건축학개론'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 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이별, 이재무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러브레터'


마음 비우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그리움 깊어갈수록

당신 괴롭혔던 날들의 추억


사금파리로 가슴 긁어댑니다


온전히, 사랑의 샘물

길어오지 못해온 내가

이웃의 눈물

함부로 닦아준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가슴 무덤에 생뗏장 입히시고

가신 당신은


어느 곳에 환한 꽃으로 피어

누구의 눈길 묶어두시나요


마음 비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당신은 내 곁에 없었습니다


아픈 교훈만

내 가슴 무덤 풀로 자랐습니다


서해, 이성복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엔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 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