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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일으키는 유명 기획사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쓴 아랫집 아저씨의 편지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던 104호 아저씨는 윗집 아이돌 연습생들이 조용히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아파트 층간소음'은 별거 아닌 듯해도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게 만드는 무서운 문제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아랫집 사람들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윗집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아들을 키우는 한 30대 아저씨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진심을 담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편지 한 장을 썼다.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풍납동 XX아파트 204호에 사는 아이돌 연습생 친구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풍납동 XX아파트 104호에 살고 있다는 30대 후반의 글쓴이 A씨는 204호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인사이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개과천선'


A씨는 "매일 같이 힘든 춤 연습하고 꿈꾸고 숙소에서는 푹 쉬어야 하는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아이돌 연습생들은 매일 밤 엄청난 '층간소음'을 일으키고 있다. 밤 11시가 넘어서 2층 침대에서 뛰어내리고, 아령을 바닥에 쾅쾅 내려놓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잠을 자던 아내와 아들이 밤 11시 30분 깰 때도 많다. 가끔 204호로 올라가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조금만 조심해달라고 부탁하지만, 10분 뒤 여지없이 '우당탕' 소리가 난다.


A씨는 "매일 늦게까지 땀 흘리고 연습한 뒤 밤 10시 30분이 돼서야 돌아온다지만, 제발 밤 11시 넘어서는 뛰거나 운동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net '프로듀스 101'


A씨는 "아저씨는 맞벌이 부부라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해"며 "오후 11시~새벽 1시까지 집중적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게 너무 괴로워"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A씨는 자신의 속사정까지 털어놓으며 간절히 부탁했다.


A씨는 "너희는 (스타로)성공하고 부자되면 좋은 곳으로 가겠지만, 아저씨는 앞으로 27년 동안 대출금을 갚아야 해.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이사도 못 가"라고 말해 누리꾼들을 웃프게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net '프로듀스 101'


또한 A씨는 관리사무소 소장에게도 이 사실을 전하며 고쳐지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을 마련해놓았다고도 말했다.


A씨는 "아저씨가 '골전도 우퍼 스피커'를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어"라며 "무려 개당 16만원짜리인데 3개 정도 사서 화장실 등 소음에 취약한 부분에 설치하려고 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웃자고 한 말이었겠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개과천선'


A씨는 "너희가 어린 나이에도 꿈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아"라며 "그래서 아저씨가 최대한 참아볼게. 아저씨는 진짜로 우퍼 스피커를 사고 싶지는 않아"라고 덧붙였다.


괴로움을 억누른 그는 "숙소에서 편히 푹 쉬고 꼭 성공해서 멋진 연예인이 되길 바랄게"라는 스윗한 멘트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도 해당 아이돌 연습생들의 소속사로 직접 연락해 해결할 것을 조언했다.


아래는 해당 편지의 전문이다. 풍납동 XX아파트 204호 연습생 친구들이 이 편지를 읽고 아저씨의 고통이 끝날 수 있을까.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Joy '2019 서울가요대상'


안녕 아이돌 연습생 친구들아?


아저씨는 30대 후반의 애기 아빠란다. 알겠지만 104호에 살고 있지.


매일 같이 힘든 춤 연습하고 꿈꾸고 숙소에서는 푹 쉬어야 하는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제발 밤 11시 이후엔 뛰거나 운동하지 말아줘.


너희가 밤 10시 30분 이후에 집에 들어온다는 것을 아저씨는 잘 알아. 그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땀 흘리며 연습하겠지?


힘들고 지친 몸으로 연습했으니 숙소에서는 편히 쉬어야지. 그래 아저씨도 그 마음 잘 알아.


그런데 어제는 자던 아이와 마누라가 깼어. 그게 밤 11시 30분이었지?


그래서 너희들 숙소에 올라갔던 거야 이해해줘. 그래도 화도 내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했으니 조금은 조심해줄 거라고 믿었어. 그런데 대화 후에 10분 지나고서는 다시 뛰더라?


2층 침대 사용하는 거 같은데 밤 11시에 2층 침대에서 점프하지 말아줘.... 제발... 방에 매트라도 깔아주었으면 해...


그리고 근육 키우는 건 좋지만 아령 좀 쾅쾅 내려놓지 말아줘ㅠㅠ자다가 천장에서 아령 내려놓은 쾅, 쾅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서 깰 때가 많아.


너희는 숙소지만 아저씨는 생활하는 집이거든, 또 맞벌이 부부라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은 유치원에 보내야 해. 당연히 밤에 조금 일찍 자는 편이야.


물론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달라서 우리가 일찍 자니까 너네도 조용히 하라는 게 아니야.


적어도 밤 10시, 11시 그 이후 새벽 1시까지 집중적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게 너무 괴로워서 그래.


아저씨도 7살 아들이 있어. 3년 전에 아랫집이 너무 시끄럽다고 정말 화를 내셔서 큰 마음 먹고 집 안팔릴것 같아도 1층으로 이사했어. 대출도 엄청나 30년을 갚아야 해.


너희는 성공하고 부자 되면 좋은 곳을 가겠지만, 아저씨는 앞으로 30년 동안 아니, 27년 동안 대출금을 갚아야 해.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이사도 못 가 ㅠㅠ....


오늘은 관리사무소 소장님과도 통화를 했어. 어제 너희들은 내게 공부하는 학생이라 했지만 소장님이 말씀하셨어, 204호는 아이돌 연습생이 맞다고..


치사하지만 아저씨는 관리사무소에 고자질했어. 그리고 이대로 계속된다면 1층도 어쩔 수 없이 방법을 취하겠다고 말씀드렸어.


아저씨가 화가 나서 골전도 우퍼 스피커를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어. 무려 개당 16만원짜리인데... 3개 정도 사서 화장실과 취약한 부분에 설치하려고 해.


아이돌 연습생 친구들아 제발... 조용히 해줘... ㅠ_ㅠ...


아저씨가 우퍼스피커를 설치하고 그러면 너희들도 아저씨와 아저씨 가족들처럼 밤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거야. 그럼 연습에도 지장이 가지 않을까?


너희가 어린 나이에 타지에 와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이란 걸 알아. 그래서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아. 정말 진심이야...


응? 이 글을 볼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제발 조금만 조심해줘. 아저씨가 최대한 참아볼게. 아저씨는 진짜로 우퍼 스피커를 사고 싶지 않아.


숙소에서 편히 푹 쉬고 훌륭하고 돈 많이 버는 연예인이 되어 성공하길 바랄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