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제보자 최씨
[인사이트] 김천 기자 = 교회가 설립해 운영해오던 지역아동센터가 갑작스레 폐업 위기에 놓였다. 교회 측은 센터가 사용하던 식당과 강의실 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31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A지역아동센터 최모(24) 생활복지사는 인사이트에 "43명의 아이의 생존권이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제보했다.
제보에 따르면 해당 지역아동센터는 B교회 소유의 7층 건물 중 2층에 위치해 있다. 기초생활수급가정 아동과 한부모, 조손, 다문화 가정 등 사회 취약계층 아이들이 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방과 후 학습을 보조받고 있다.
그러던 지난 1월 25일 아이들의 주소로 법무법인의 내용 증명서가 도착했다. 증명서에는 'B교회 담임목사가 A지역아동센터의 폐업신고서를 제출하여 당 법무법인은 아동센터가 2019년 1월 31일 자로 폐업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폐업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다른 지역아동센터로 모두 전원 조치가 모두 완료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폐업이 예정됐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사진 제공 = 제보자 최씨
동대문구 구청 관계자는 "B교회가 '퇴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라고만 보내야 하는데, 폐업한다고 통보하는 안내문을 보냈다"며 "이는 B교회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전했다.
교회 측은 변호사에게 공을 넘겼다. 담임목사 강모 씨는 "변호사를 통해 일을 하다 보니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근거서류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안내문을 보냈나 보다. 당장 아이들이 퇴원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폐업을 신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함께 공생할 방안은 없냐는 질문에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강모 씨는 "지역아동센터가 사용하는 공간은 국가보조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며 "교인들이 화장실이나 예배 후 다과를 나눠야 하는데 그런 공간이 없어 불가피하게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낮은 곳을 먼저 살펴야 할 교회마저 취약 계층에게 등 돌리자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며 하소연했다. 지역아동센터 오모(12) 양은 "우리 센터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 친구들이다"며 "갑자기 폐원한다는 소식에 갈 곳이 없어져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제보자 최씨는 "가난한게 죄가 아닌데도 아이들이 교인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라며 "아이들이 받을 정신적 상처 또한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한편 A지역아동센터 학부모와 복지사들은 지역아동센터 43명의 아이를 위해 오는 1일 오후 2시부터 동대문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청의 적극적인 보호와 구제를 호소할 방침이다.
사진 제공 = 제보자 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