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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고 불러줄 사람도 없는데”…카네이션 단 위안부 할머니들

우리집은 그간 일부 봉사자들만 드나들었을 뿐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일상과 휴식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엄마라고 불러줄 사람 하나 없는 우리에게 이런 인연이 돼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버이날인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 조용한 평일 낮에 유독 북적이는 한 집이 있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마련한 쉼터 '평화의 우리집'(이하 우리집)이었다.

우리집은 그간 일부 봉사자들만 드나들었을 뿐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일상과 휴식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올해 어버이날을 맞아 할머니들의 동의를 거쳐 처음 언론에 공개됐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군 위안부 피해자는 이순덕(97), 김복동(89), 길원옥(89) 할머니 등 3명이다. 이순덕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 이날 함께하지 못했다.

이날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한 이들은 정대협 활동가들을 비롯해 '평화나비' 등 관련 활동을 하는 대학생·청년단체 회원들, 평소 할머니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진 등 70여명이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모인 이들에게 "이 세상 하늘 아래 엄마라고 불러줄 사람 하나 없는 우리에게 이런 인연이 돼주셔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할머니는 "우리가 죽기 전 하루빨리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고 남북통일로 전쟁 없는 나라, 평화의 나라가 돼 후손들이 마음 놓고 자라 이 나라를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할머니들이 쉬는 공간으로 닫아두다 보니 할머니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았다"며 "할머니들도 조금은 서운한 구석도 있었다고 하셔서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날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의 주치의 윤영식 박사가 건반으로 연주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흐르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오래 사세요", "건강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할머니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선물을 건넸다.

색색의 꽃무늬 셔츠, 향수, 케이크, 편지 등 수많은 선물을 받아든 할머니들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참석자 하나하나를 꼭 끌어안았다. 



두 할머니는 모인 이들에게 직접 한 자락 노래를 불러주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 할머니가 '내 나이가 어때서'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길 할머니가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자 참석자들은 큰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1시간가량 계속된 행사는 참석자들이 함께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건강하세요"라고 외치는 것으로 끝났다. 두 할머니도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개인적으로 이곳에 몇 번 온 적이 있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젊은 친구들이 할머니들을 찾아뵌 것은 정말 뜻깊은 행사"라며 "할머니들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아들과 딸들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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