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학생식당서 '케첩'에 밥 비벼먹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손에도 안댄 이유

대학교 친구 A는 자신이 더이상 케첩에 밥을 비벼 먹지 못하게 된 사연을 글쓴이에게 털어놨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역도요정 김복주'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야 애기입맛 너 다 컸냐? 이제 케첩 안 먹어?"


나는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마주친 친구에게 별생각 없이 이 말을 건넸다. 기숙사에 살던 친구는 학생식당에 케첩을 통째로 들고 와 밥에 비벼 먹는 특이한 취향이 있었다.


어릴 때 자주 먹었는데, 입맛 없을 때 그렇게 먹으면 새콤하니 괜찮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랬던 친구였는데, 오늘은 내 질문을 듣자마자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아빠한테 혼났어..."라고 말했다.


대체 왜 혼났을까. 친구는 조금은 뜻밖의 사연을 내게 털어놓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사랑의 온도'


방학 때 지방 본가로 돌아가 느지막이 일어난 친구. 그날따라 식구들 아무도 없고 출출해서 케첩에 밥을 쓱쓱 비볐다.


신나게 막 한 숟갈 떠먹으려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밥을 보더니 확 낚아채 싱크대에 갖다 버리셨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친구에게 "궁상맞게 이런 거 먹지 말고 맛있는 것 쫌 시켜 무라"라며 배달책자를 내밀곤 안방에 휙 들어가 버리셨다고 한다.


당황해서 황급히 따라 들어갔더니 아버지 눈가가 벌갰다. 그때, 친구는 눈치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도둑놈, 도둑님'


가난하던 시절 반찬 없어 케첩에 밥 비벼 먹던 자식이, 이제는 먹고 살 만해졌는데도 이런다는 게 속상하셨던 것이다.


"...아빠 내 진짜로 먹고 싶어서 그랬다"


"내가 이제 니 묵고 싶은 건 다 사줄 수 있다. 다시는 그런 거 먹지 마라. 용돈 더 주까? 서울 가니 물가 비싸서 돈 없드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화를 내는 아버지를 보고 난 친구는 그 후로 케첩밥을 먹을 수 없었다.


대신 남들처럼 감자튀김, 오므라이스 먹을 때나 가끔 케첩을 찾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역도요정 김복주'


이후 시간이 흘러 졸업식 날, 친구의 아버지가 오셨다.


그날 친구는 자신과 똑 닮은 아버지께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아버지 팔짱을 끼고 활짝 웃었다.


시커먼 얼굴에 주름이 많던 아버지도 거친 손으로 친의 졸업장을 쥐고 밝은 미소를 보이셨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느꼈다. 이 부녀, 참 많이 닮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역도요정 김복주'


위 사연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케첩에 밥 비벼 먹던 친구"라는 제목의 사연을 재구성한 글이다.


과거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어린 딸아이에게 제대로 된 반찬조차 먹일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그리고 의도치 않게 아버지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 딸의 모습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연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가슴 아픈 이 이야기는 온라인상에서 계속해서 재조명되며 수많은 누리꾼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