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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는 쓰지도 못할 '짝퉁' 야간투시경으로 10년간 훈련받은 군인들

'PD수첩'에서는 어둠 속 병사들의 눈 역할을 하는 '야간투시경' 속 감춰진 비리를 파헤쳤다.

인사이트MBC 'PD수첩'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야간투시경은 칠흑 같은 어둠 속 군인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그런데 우리 군이 실제 사용하고 있는 야간투시경(PVS-04K)은 적을 찾아내기는커녕 사물 식별조차 불가능하다는 현역 군인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 15일 MBC 'PD수첩'에서는 10년간 이어진 '야간투시경 비리'를 파헤쳤다.


제작진은 한 현역 군인과 만나 야간투시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대테러임무를 맡고 있다는 군인 A씨는 "교범 상에는 몇백 미터까지 보인다고 나오지만 사람인지 동물인지 잘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매국노나 다름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MBC 'PD수첩'


또 다른 현역 및 예비역 장병도 "복무 당시 '이거는 전쟁 때는 못쓰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차라리 랜턴을 켜는 게 낫다" 등의 평을 내놨다.


또한 눈이 쉽게 피로하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눈이 멀어 버릴 정도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량 문제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국방규격 상 야간투시경의 총 중량은 600g을 넘어선 안 되지만 PVS-04K의 경우 10년 넘게 이를 초과해왔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군인들에게 돌아갔다. 무거운 중량 때문에 피로도가 높고 목 디스크를 염려하기도 했다.


일부 간부는 성능이 떨어지는 이 야간투시경을 쓴 병사에게 "왜 저걸 못보냐"고 다그치기도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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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MBC 'PD수첩'


뿐만 아니라 야간투시경을 사용하다 고장이라도 나면 징계를 받을 수 있어 사용조차 꺼려졌다고 한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 군이 사용하고 있는 야간투시경의 핵심 부품인 '영상증폭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방규격에는 '3세대' 영상증폭관을 사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미국이 90년대 걸프전 당시부터 사용해왔던 제품이다.


그러나 우리 군이 실제 사용하고 있는 영상증폭관의 성능은 3세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야간투시경을 10년 넘게 납품하고 있는 곳은 한국계 미국인이 대표 이사로 있는 이오시스템이다.


인사이트


인사이트MBC 'PD수첩'


이오시스템은 미국산 영상증폭관이 아닌 성능이 떨어지는 유럽산 부품을 들여 야간투시경을 제조했다. 부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가격은 미국산에 준하여 책정 보고한 것으로 PD수첩 제작진은 확인했다.


이런 납품 체계가 가능했던 이유는 국방 규격에 어떤 제재도 없었기 때문이다.


3세대의 성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만 시간 수명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방 규격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1만 시간 수명이 보장되지 않아도 영상증폭관 업체가 납품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관계자는 "저가의 짝퉁을 진품의 고가로 파는 거다"며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MBC 'PD수첩'


야간투시경에 대한 의문은 이미 2012년부터 제기되어 왔다. 당시 육군본부는 영상증폭관의 성능 확인을 방위사업청에 요청했다.


이어 2015년 영상증폭관의 수명 검증을 위해 방위사업청 '검증 T/F'도 꾸려졌지만 실물 시험 직전 팀 교체가 되며 무산됐다.


대신 국방 규격에 1만 시간 조건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납품 경력이 있으면 별도의 입증시험 없이 납품할 수 있다는 예외사항을 두며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한마디로 제조사는 10년 넘게 국방규격을 지키지 못한 무기를 군에 납품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국방기술품질원은 방치했다.


야간투시경 사업 규모는 약 2500억원이다. 혈세 낭비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군인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악순환이 끊어져야 할 때이다.


Naver TV 'PD 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