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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샤워 좀 시켜줘" 학부모들 갑질에 '아동혐오' 생겨 유치원 그만둔 교사

한 유치원 교사사 계속되는 학부모들의 갑질에 결국 퇴직하고 말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샤워시켜달라는 유치원 학부모들 때문에 '아동 혐오'가 생겨버렸습니다"


4년간의 대학 공부를 마치고 시험까지 통과해 시작한 유치원 교사. 3년 동안 기상천외한 일을 겪고도 버텨왔지만, 더는 버티지 못하고 교사직을 그만둔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학부모들의 갑질에 결국 두손 두발 들고 유치원을 뛰쳐나왔다는 교사의 사연이 담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전직 유치원 교사 A씨는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가지고 유치원 교사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사실,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는 게 보통인 우리의 삶 속에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직업을 선택하고 일하는 사람은 찾기 쉽지가 않다. 이 때문에 해당 사연은 더욱 공감을 얻고 있다.


A씨는 "기상천외한 일이 많았지만, 먹고 살아야 하고 나만 힘든 게 아니어서 버텼다"고 말했다.


하지만 3주 전 한 학부모에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의 탈을 쓴 '강요'를 받았다. 그 강요는 자신이 바빠서 아이를 씻길 수 없으니 대신 씻겨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학부모의 말에 그냥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그 학부모의 아이는 샴푸와 바디워시 등을 가지고 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인사이트


학부모는 생각보다 더 못난 사람이었다. 자신이 아이를 씻기지 않고, 교사에게 맡긴 게 자랑인 양 다른 학부모에게도 말을 한 것이다.


몰상식한 사람은 끼리끼리 몰려다닌다고 했던가. 다른 학부모에게도 "내 아이도 샤워시켜줘요", "내 아이 옷 좀 갈아입혀 줘요", "머리 좀 감겨줘요"라는 등의 요구가 쏟아졌다.


선을 넘은 갑질과 몰상식함에 지쳐버린 A씨는 결국 유치원을 퇴사했다. 먹고 살아야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건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유치원 다닐만한 나이의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러 갈 때마다 무섭다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우리 강아지한테는 네가 더 무서운 데 XXX야"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학부모의 도를 뛰어넘는 '갑질+강요'에 제정신이 아니게 된 것 같다는 A씨는 앞으로 뭘 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한다. 나쁜 학부모들 때문에 먹고 살 걱정에 빠져버린 것이다.


지난해 한 어린이집 원생의 학부모가 교사를 향해 "한신포차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는데, 술 냄새·화장 냄새 풍기면서 술집 여자처럼 다니다가 애들 가르칠 거냐"는 말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젖가슴'이라는 원색적인 단어까지 사용해 학부모들의 그릇된 갑질 행태가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몇몇 교사가 아동 학대를 저질러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사실 '아동 학대'의 가해자 비율은 부모가 훨씬 높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받아 발표한 '최근 10년간 아동학대 피해 사망 아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가운데 79.2%가 부모였다.


보육교사의 비율은 고작 2.73%였다. 교사를 믿지 않고, 어떻게든 갑질하려는 학부모의 태도에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